"마음이 건강한 분들과 흥겹게 뛰었습니다."
40여분간 코트를 '휘젓고' 다닌 삼성 이승엽의 한마디가 따뜻하다.
조금 더 힘든 이웃과 함께 한 프로야구 선수협의 2002대의원 총회. 홀트 일산복지타운에서 1박2일을 보낸 스타들이 4일 오후 장애우들의 재활 운동인 휠체어 농구 체험에 나섰다.
몸집 큰 선수들이 히프에 맞는 휠체어를 찾는 단계부터 우왕좌왕. 똑바로 달려가고 회전하는 일이 맘처럼 쉽지 않다.
초보자는 뻔뻔하다. 공을 안고 휠체어를 세바퀴 이상 굴리는 워킹 바이얼레이션이나 마구잡이로 부여잡고 공을 뺏는 반칙 등 기본 규칙을 모조리 무시하기로 했다. 공포의 '내맘대로 휠체어 농구' 스타트.
1m91의 최장신 염종석(롯데)은 앉은 키 역시 최고의 높이다. 다만 백코트가 느린데다 휠체어 조작이 서툴러 퉁퉁 밀려나버리는 게 단점. 오히려 리바운드 킹은 다부진 장성호(기아)다. 전진은 어설픈데 스톱에 강하다. 수차례 튕겨나오는 자기 슈팅을 리바운드해 기어이 골을 넣고 마는 근성파.
반대는 박재홍(현대)이다. 잘 달리는데 멈추질 못한다. 패스를 지나쳐버리기 일쑤. 평소와 다른 자세의 몸놀림을 보이다 보니 몇몇은 감춰진 곳을 들켰다. 이종범(기아)은 '숏팔이'의 의심을 샀고, 박현승(롯데)은 비슷한 신장보다 앉은 키가 커보여 구설수.
7차례나 벌렁벌렁 넘어져 '폭소상'을 수상한 곽현희(기아)는 억울하다. 어쩌다가 휠체어를 잘못 고른 탓. 다른 것과 달리 뒷쪽의 보조바퀴가 없는 고급자용을 타는 바람에 곡예 운전이 됐다.
MVP는 FA 안경현이다. 달리고 서고 돌리고 쏘고. 경험자처럼 익숙한 재주다.
보기보다 무척 어렵단다. 바퀴를 굴리느라 손바닥이 벌겋게 달은 선수들은 "장애우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고 뿌듯한 표정이었다.
< 스포츠조선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