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박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고창순(高昌舜·70) 가천의대 명예총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許甲範·65) 전 연세대 교수를 만나, 한국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대통령에게 어떤 건강법을 권했는지를 물어봤다.
◆ 섭생·운동·음주·흡연 요령 =고창순 총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권한
섭생법의 핵심은 소식(小食). 고 총장은 "위장을 7~8부만 채우고 배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으라"고 했다. 술은 만찬 반주로 마시는 포도주
2~3잔으로 제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매일 아침 30분씩 조깅이나
수영을 했으며, 퇴임 후에는 배드민턴을 3~4게임씩 치고 있다. 고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은 평생 운동을 거르지 않아 동년배에 비해 운동량이 많은
편"이라며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김 전 대통령보다 운동량은
적게 하되 규칙적으로 하라"고 권했다.
허갑범 교수는 "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해롭다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속 단백질이 파괴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고기를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하루 배불리 고기를 먹는
것은 별 효과가 없고, 고기·생선·우유 등의 단백질 식품을 매일 한 끼
이상 100~150g씩 먹어야 한다. 피로를 느낄 때는 밥에 콩을 넣어 먹는
식으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면 좋다. 허 교수가 권하는 '적정
음주량'은 "무슨 술이든 그 잔으로 딱 세 잔만 마시는 것"이다.
소주는 소주잔으로, 양주는 양주잔으로, 맥주는 맥주잔으로 세 잔이
'일주일 적정량'인데, 알콜 분량으로 환산하면 20g 안팎에 해당된다.
◆ 대통령의 반응 =고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감기 기운이 있어
'쉬라'고 했더니, '피로는 운동으로 이겨야 한다'며 오히려 몸을
부산하게 움직였다"며 "사실 몸이 건강한 사람에겐 김 전 대통령의
피로 회복법이 정답"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내가
주치의의 주치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허 교수의 진단과 처방을 충실하게 묵묵히 따르는 모범생
스타일이었으며, 주치의인 허 박사와 생명공학·의학의 전망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적도 있다고 한다.
◆ 주치의 본인의 건강법 =고 총장은 20대(대장암), 40대(십이지장암),
60대(간암)에 각각 한 차례씩 세 번 암 진단을 받고도 건강을 회복했다.
특히 97년 간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암 덩어리 크기가 7~8㎝에 달해,
스스로도 "이번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 총장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물을 하루 2~3ℓ씩 마시고, 하루 30~40분씩 땀을 흘릴
정도로 가볍게 운동해서 암을 이겼다. 그는 매일 가볍게 오수를 즐기고,
졸리거나 피로를 느끼면 언제든 가볍게 휴식한다. 음식은 골고루 먹되,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음식을 특히 많이 먹는다. 나물과 무침이 많은
한국 전통 식단은 항산화 기능이 뛰어나다. 고 총장은 "노욕(老慾)과
체념 모두 금물"이라며 "자신을 낮추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 삶이
내세에도 연속된다는 확신을 가지라"고 권했다.
허 교수는 매일 아침을 거르지 않되, 토스트, 요구르트, 샐러드로 가볍게
한다. 때문에 점심과 저녁을 바깥에서 다소 배부르게 먹어도 하루 섭취
칼로리가 1800~2000㎉를 넘어서지 않는다.
'수면(7~8시간)+식사(2~3시간)+일·출퇴근(10시간)+여가'의 배분을
최대한 지키며, 주말에는 골프 대신 주말 농장에 가서 3~4시간씩 나무를
가꾼다. 매일 종합 비타민제와 항산화 비타민제를 먹고, 피로를 느낄
때는 약국에서 파는 단백질 정제를 찻숟가락으로 3~4개(15g) 먹지만,
따로 먹는 약은 없다.
허 교수는 "근육도 안 쓰면 퇴화하고, 뇌도 안 쓰면 녹이 슨다"며
"노인이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총기 유지에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 바둑 TV를 30분쯤 본다. 허 교수는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관절이 약하거나
비만인 사람에겐 '물 속에서 걷기'가 좋다.
◆ 대통령 주치의란 =대통령 주치의는 청와대가 국내 최고 수준 명의들
가운데 임명한다. 재임 중 수석비서관급 대우를 받으며, 청와대에서
상근하지는 않지만 대통령과 30분 이내 거리에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무 수칙이다. 대개 2주에 한 번씩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체크하며, 휴가·해외순방·지방방문에 동행한다. 생존 중인
대통령 주치의는 고 총장과 허 교수를 포함해 4명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울의대 김노경(金潞經·62) 교수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규완(崔圭完·65) 전 삼성의료원장이 주치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