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그야말로 개인적이고 은밀한 행위다. 혼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1858~1917)은 1897년 '자살론'에서
"자살은 사회학적 현상"임을 통계적으로 밝혀냈다. 그 업적으로 그는
자살을 심리학 영역에서 사회학 영역으로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학의 과학적 지위를 튼튼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르켕은 자살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이기적 자살은 사회 적응에 실패한 경우로 정신질환자의
자살도 여기에 속한다. 이타적 자살은 공동체와의 유대가 지나쳐서
생긴다. 일본군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순교, 저항적인 분신자살 등이
그런 경우다. 아노미적 자살은 기존의 가치관이나 규범이 일시에
붕괴되고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일어난다.

고대로부터 "인간만이 자살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다.
자살 원인으로 지목되는 극도의 분노, 번뇌, 고민, 격분 등의 감정작용을
인간만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영국의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자살사건을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고대의 가설을 뒤엎었다. 어미 침팬지 '플로'가 숨지자 아들 침팬지
'피피'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어미의 시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한 달간 식음을 전폐한 끝에 숨을 거뒀다. '피피'에게 어미
'플로'는 곧 공동체이자 삶의 전부였던 것이다.

국내의 한 클래식 음악 사이트(feel.koreamusic.net)는 '자살 심리를
달래주는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 등이 그것이다.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느끼고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뜻일까.

중국인의 자살률이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고, 특히 15세에서 34세
사이의 청·장년층의 최대 사망 원인도 자살이라고 한다. 이 조사가
1995년부터 1999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라 하니 중국이 경제적인 급성장을
계속하던 시기다. 실제로 불황이나 전쟁 때 자살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인의 이례적으로 높은 자살률 요인 중에
이기적·이타적 자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노미적 자살일
것이다. 60·70년대 압축 성장기를 겪은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상식(常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