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겨울이 왔다. 책상 위에는 송년 모임을 알리는 안내장이 쌓이기
시작한다.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크고 작은 행사나 모임이 줄을
잇는다. 나의 경우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 가급적
모임에 참석을 하는 편이다. 송년모임을 통해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지를 만날 수 있고, 한해를 함께 돌아보며 반성해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원래 송년모임의 취지와는 달리 술 모임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안타까울 때가 적지 않다. 모처럼의 회식 자리에서 적당한
음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에도 좋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서
술판으로 얼룩져버린다면 주당(酒黨)들의 술 모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근 우리나라 성인의 1인당 연간 술소비량은 소주 145병과 맥주 100여병
등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소비량보다 5.6배나 높은 수치이다. 지난 10년간 알콜성 지방간
환자가 3배로 증가한 사실은 우리나라 술소비 증가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12월은 연중 술소비량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흥청망청 마시고
떠들어대는 식의 모임은 진정한 송년 모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경건한 자세로 한 해를
조용히 돌이켜 보고, 약간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주변에 있는 양로원이나
보육시설 재활교육센터 등을 방문해서 소외된 이들과 시간을 함께한다면
더욱 보람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주위에는 몸과 마음이 추운 이웃이
널려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겸허한 자세로 지난 시간들을 회고해보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송년모임을 통하여 얼마 남지 않은 이 해를
보람있게 마감하며 좀 더 나은 새해를 맞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金光華/치과의사·경기도 부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