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미 2사단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여중생 사망사고를 낸 이 부대소속 미군 관제병에 대한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a href=mailto:rainman@chosun.com>/채승우기자 <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 법원의 무죄 평결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법조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는 여중생들을 친 장갑차
관측병에 대한 무죄 판단은 물론, 미군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 구성,
무죄 평결에 대한 검찰의 상소를 금지한 미국의 '이중위험(Double
Jeopardy) 금지제도' 등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군측의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했었던 법무부도 21일
이례적으로 무죄 평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논평에서 "미군이 재판과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려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법무부가 미군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하고
검사 의견서와 참고자료 등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 데다 미군
군사재판에서 무죄 평결이 내려진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은 국내법상 과실치사에 해당하고 이는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이기 때문에 1%라도 잘못이 있다면 무죄로 보기
힘들다"며 "장갑차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었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관측병이 100%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지
법률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법률 문제는 보통
사람의 건전한 상식 이상의 깊은 판단이 필요한데 군중 심리 등에 쏠리기
쉬운 배심원들에 의한 평결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제도"라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배심원들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검사와 피고인이 동의한 배심원만 채택하고 있다"며 "군인끼리의
문제도 아니고 미군과 한국 민간인 사이에 발생한 사고의 배심원이
미군들로만 채워진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상소를 제한한 제도에 대해서도 배심원의 잘못된 평결을
뒤집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란 점에서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며 "이번 사건이 미국 내에서 발생했거나 국내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졌더라도 같은 결론이 났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재판부에 대한 신뢰인데 미군 법원에서 미군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에 의해
내려진 이번 평결을 유족들이 승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미군측의 1차적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재검토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