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 하남시 주민 700여명의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하남시가 한 건설업체에 161억여원대의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 본지 19일자 A29면 보도 >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부터 시행된 주민감사청구제가 지자체들의 비리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에 계류 중인 주민감사청구는 모두 20건으로 이중 10건의 감사가 끝났다.
충청남도는 2000년 11월 충남 당진군 주민 660명의 청구에 따라 벌인 감사 결과 당진군이 당진~신평간 국도 32호선 확·포장공사 과정에서 건축허가를 잘못 내줘 보상비 8억1500여만원을 낭비한 사실을 밝혀냈다.

울산시에서도 2001년 6월 울산 시민 900여명이 울산 남구 태화강 3지구 5만2000평에 관련된 주거지역 편법 용도변경 비리 의혹에 대해 건설교통부에 주민감사청구를 신청,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등 난개발 방지 대책을 이끌어냈다. 부산시도 지난 6월 부산진구 주민 1600여명의 신청에 따른 감사 결과 육교 기초공사비 등을 과다·중복 상계해 800여만원의 예산 손실이 초래된 사실을 밝혀냈다.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시·도나 시·군·구에서 벌인 위법한 행정조치를 주민들이 지적, 바로 감사를 청구할 수 있게 만든 제도로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2000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로 절차가 길고 복잡한 행정정보공개청구나 소송 등을 통해서만 감시가 가능했던 자치 행정 정보를 주민들이 비교적 간소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감사 결과는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기 간행물에 공개한다.

주민감사청구제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감사 청구절차 등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배근(43) 하남민주연대 위원장은 “감사청구에 동의해 서명한 주민의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토록 해 주민들이 서명을 꺼린다”며 “감사를 실행하는 시·도 등의 감사 담당 부서의 독립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감사를 청구한 후 “꼭 해야 하겠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감사 담당 부서로부터 받기도 했다고 한다.

복잡한 절차로 감사청구의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감사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집단 민원을 제기하면 한두 달이면 끝날 사항도 감사청구 서식을 접수한 후 서명을 받고 심의위원회·주민감사심의위원회를 거쳐 감사가 이뤄지려면 6개월은 족히 걸린다”고 말했다.

하승수(河乘秀)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구성, 주민 감사청구를 맡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