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후보가 18일 한편으로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에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의 근본적 재협의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날 밤 민주당 탈당파인 후보단일화추진협(후단협) 의원들과
제3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 정 후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재협의 요구

노 후보측에 재협의를 요구하는 정 후보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단일화
합의자체는 유효하나 여론조사 방식이 모두 공개되어 더 이상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재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기존 합의대로 해서는 곤란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단일후보는 단순 단일후보 선호도가 아니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맞붙었을 경우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하는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사후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는 이날 호남을 방문, "모든 여론조사가 단일화될 경우 내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나왔다"며 본선경쟁력이
단일화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 후보측은 단일화
합의를 하자마자 각종 여론조사 '단일후보 선호도'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뒤진 결과가 나온데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여론조사 설문 내용인데, 이의 변경에 노 후보측이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 제3교섭단체 참여

정 후보는 국민통합21 후보단일화 협상단 전원이 사퇴를 발표한 직후
후단협 최명헌(崔明憲) 대표, 김영배(金令培) 고문 등과 만났다. 최명헌
대표는 "정 후보가 제3교섭단체 구성 및 4자 연대 재추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제3교섭단체란 후단협 의원들이 기존의 한나라당, 민주당외에 별도로
추진하는 국회 원내 교섭단체(최소 20석 이상)이고, 일각에선 이를
제3신당으로 발전시킬 복안을 갖고 있다. 4자 연대란
'정몽준+후단협+자민련+이한동'을 말하는 것으로 정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나온 구상이다. 말하자면 정 후보는
대선 출마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

◆ 정 후보는 어디로

정 후보가 노 후보측에 단일화 방식 재협의를 요구하는 것과 후단협과
제3교섭단체를 추진하는 것은 논리상으로 모순되지않는다. 제3교섭단체를
배경으로 노 후보측과 얼마든지 단일화를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일화 협상 전술일 수도 있고, 여론 지지도를 노린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후단협과 자민련, 이한동 전 총리는 본질적으로 노 후보와는
같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에따라 정 후보가 제3교섭단체에
들어간다는 것은 노 후보와의 단일화에선 아무래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날 밤 후단협과의 회동에 배석한 국민통합21 김민석 전 의원은 당사로
돌아와 "여론조사 방식 유출은 민주당과의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믿기 어렵다'는 신뢰의 문제는 파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