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 작업이 1주일 이상 중단되고 있는 것과 관련, 북측이 미국을 세 차례 공개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 16일 철도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17일 김령성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철도 연결사업을 방해하는 미국의 천만부당한 행위를 준열히 단죄 규탄한다”고 밝혔다.

18일엔 북한 노동신문이 “검증단 명단 통보를 요구하는 것은 민족문제를 간섭하는 강도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엔사(미군)와 국방부는 이를 북한의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지뢰제거 상호 검증단 명단을 북측이 직접 유엔사에 통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엔사는 지난 2000년 9월 남북국방장관회담 때 정전협정에 따라 DMZ를 개방키로 남북 양측이 합의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유엔사·북한군 간 DMZ개방 합의서도 “남북한 군대는 (비무장지대 내)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군사적인 문제들을 정전협정에 따라 협의,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명단통보 요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정전협정 1조 7·8항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때는 쌍방 군사정전위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지난 9월 남북 간에 합의된 남북 군사보장합의서가 “남북 관리구역 내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실무적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북측은 이런 이유로 지난 6일 우리 측에만 명단을 통보한 뒤 유엔사에는 명단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DMZ ‘관할권’과 ‘관리권’에 대한 유엔사와 북한 간 해석의 차이에서도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전협정상 DMZ 관할권을 갖고 있는 유엔사는 경의선 및 동해선 공사 편의를 위해 DMZ공사구역 내의 행정적인 관리권만을 한국군에 위임했으나, 북측은 관할권까지 위임한 것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까지 남북 양측은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유엔사에 명단을 통보해왔다”며 “북측의 주장에는 정전협정과 유엔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미군 측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 현 정부의 남북 경협 및 교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라포트 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군 측에 북측의 지뢰제거 공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한 불신과 불만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DMZ 지뢰제거 작업은 남북 양측 모두 군사분계선 100m 지점까지 진행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 공사중단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달 말로 예정된 동해선 임시도로 개통과 12월 중 경의선 철도 연결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은 군사분계선 100m 지점에서 작업을 일단 중단하고 지뢰제거에 대한 상호검증을 마친 뒤 추가작업을 진행키로 했었다”며 “실제 공사는 얼마 남아있지 않아 이달 말까지 합의하면 공기(工期)를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