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세탁업을 하는 처남댁을 방문했다. 주인 내외가
단촐하게 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현지인 6명을 고용하고 있는
비교적 큰 세탁소였다.
그 세탁소에서 며칠 동안 같이 숙식을 하면서 미국인들의 생활태도를
하나하나씩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세탁소를 찾는 고객들이 옷을 찾을 때 가져간 일회용 철제 옷걸이를
묶어서 그대로 다시 반납하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에 아직도 짜깁기를 한 옷을 입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처남은 최근 짜깁기 기술자가 LA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짜깁기 세탁물이 들어오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어릴적 들어본 "짜깁기"라는 말을 오랜만에 미국에서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귀국한 후 집 근처의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서 미국에서 직접 듣고 본 이
이야기를 했더니, 주인은 세탁소를 3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도 철제
옷걸이를 반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짜깁기는 수요가
없어 자연히 기술자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순간 나 자신부터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주 허름해진 옷까지 세탁소에 맡겨 계속 입는 미국인들에
비해, 유행이 좀 지나거나 옷이 약간만 상해도 할인마트에서 새로 옷을
사입는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아직도
짜깁기 일손이 모자랄 정도라는 현실을 직접 듣고 왔으니….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걱정들이 태산같다. 조그마한 절약부터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세탁소에서 가져간 철제 옷걸이는 거의 다
폐기된다는 것이 동네 세탁소 주인의 설명이었다. 무관심하게 버려지는
철제 옷걸이도 전국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고, 이는 곧
자원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모처럼의 미국 여행을 통해, 우리의 과소비와 자원낭비에 대해 반성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미국의 부유와 풍요로움이 어느날 갑자기 거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秋勝昱 소방공무원·부산 연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