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하루씩 젊어집니다.”

15일 오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매곡경로당. 10여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라틴 음악 '차차차'에 맞춰 댄스스포츠에
열중하고 있었다. 꽤 빠른 박자였는데도 이들의 스텝은 거의 정확했다.
"경로당에 나와서 장기나 두고 화투나 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젠
뭔가 재미있고 유익한 취미생활이 없으면 동네 노인들이 잘 나오지도
않지요." 매곡경로당 박용덕(朴容德·72) 회장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뭣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매곡경로당에 어르신들의 '춤바람'이 시작된 것은
지난 9월. 안양시 동안구 보건소가 방문보건사업으로 운영하는
'은빛건강 어울마당' 프로그램의 하나로 댄스스포츠를 시범운영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에, 이곳 노인들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경로당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너무나 무료하게
계시는 게 문제였죠. 치매예방 교육도 할 겸, 건강체조를 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동안구보건소 방문보건
담당 김미덕(金美德·여·41)씨는 "호응이 너무 좋아 우리도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기(氣)체조와 태껸을 이용한 노인체조를
주력프로그램으로 한 부흥경로당과 호계3동 경로당의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처음엔 다들 어색해했다. 경로당에 라틴음악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무척
낯설었던 것. 하지만 왕년에 사교춤을 춰 봤던 '경험자' 몇 명이 먼저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춤출 줄 모르면 신세대 노인 자격이
없어요!" 매곡경로당의 댄스스포츠 강사로 초빙된
선호정(宣好貞·여·53)씨는 "처음엔 남녀가 짝을 이루는 것에 다소
수줍어하던 노인들이, 오히려 매너를 잘 지키시면서 금방 따라오시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처음엔 느린 곡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이거 뭔가 싱겁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대학생들이 하는 빠른 곡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노인들은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점점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매주 한 번씩 2시간동안 '정규 수업'을 듣고도
모자라 매일같이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했다. 지난 달 30일, 마침내
연습한 솜씨를 보여줄 수 있는 '그날'이 왔다. 안양시
청소년수련관에서 3개 경로당의 발표회가 열린 것. 경로당 회원과 가족
등 4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10여쌍의 노인들은 우아한 스텝과 매너로
객석을 열광케 했다. 라틴음악 4곡에 맞춰 15분간 진행된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지 2개월만이었다.

"10분만 해도 땀이 나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아요. 건강에도 좋고,
회원들의 참여 의지도 대단하죠." 박용덕 회장은 "다음엔 더 잘 할
자신이 있다"며 계속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안구
보건소에선 "이번 발표회를 더 확대해 내년엔 좀더 큰 경연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