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생의 마지막인 듯

(김양자 지음/ 청어/ 8500원)


일제 말 함흥에서 태어나 경기여고와 서울 음대·농대를 거쳐 미국
코네티컷 대학에서 박사학위, 유학 중 일본 재벌가 아들과 결혼했다가
이혼, 그리고 유방암 수술과 투병.

저자 김양자(61)씨의 드라마같은 삶의 이력서다. 그의 삶이 감동을 주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그 때마다 불같이 일어선 강인한
의지 때문이며, 그의 개인사에 교직되어 있는 일제시대와 6·25, 4·19
등 굴곡 많았던 한국 현대사의 내면풍경 때문이다.

아버지가 고위 교육공무원을 지낸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유년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듯 하다. 월남한 대가족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고, 인간관계를 둘러싼 애증의 물결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그런 그를 늘 따뜻하게 감싸준 것은 아버지의 큰
사랑이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유학생이 흔치 않던 60년대, 국가에서 실시하는 유학시험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인 유학생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죽음과 그에 따른 남편의 좌절과 방황,
한국인 며느리를 싫어한 시어머니로 인해, 일본에서의 결혼생활은 결국
파탄에 이른다. 두 아이의 뜻을 따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학력을
숨긴 채 미시간의 한 노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가혹한 시련이 그를 덮쳤다. 유방암 수술과 오랜 투병
생활로 그의 심신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다. 두 자녀는 이제 거꾸로
어머니를 보살필만큼 의젓하게 성장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한
그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있다.

●눈먼 화가의 화선지 위엔

(김경식 시집/ 문학과의식사)


시집 제목이 암시하듯 시인은 시각장애인이다. '눈먼 화가'란 시인
자신이며, '화선지'는 그가 그려내는 상상의 세계다. 그는 "항상 곁에
이웃처럼 공존하던 고통 설움 눈물들을 시심(詩心)의 고로에 넣어
용해"했다고 자신의 시를 설명한다.

"청산섬 쪽빛 바다는/ 내가 없어/ 외롭지 않을까// 따스한 햇살에/
눈부시게 팔딱이던/ 물고기들은/ 혹 내가 없어/ 쓸쓸하지
않았을까"('나를 그리는 서러움에' 중 일부)

사무치도록 그리운 바다와 눈부신 햇살이 오히려 자신을 그리워하며
울어주기를 바라는 이 시에서 우리는 세상과의 단절감에 몸부림치는
시인의 절대고독과 만난다. 시인 김경린씨는 "시각장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미지의 선명성과 가시성을 잃지 않고 있다"면서 "주제
면에서도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일정한 성취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