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벌판에 홀로 서있다. 묵묵히 내일만을 생각하며 뛰고 있다.

'텍사스 특급' 박찬호(29)는 요즘 알링턴에서의 일과를 '수도승의 생활'에 비교한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오직 운동과 독서, 경기 비디오 보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리고 혼자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자취생'의 외로움과 고통을 꾹꾹 참아내고 있다.

모든 것이 내년 시즌 당당하게 중심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자청한 일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두번의 부상과 긴 공백으로 고전했다. 결국 25경기에 나가 9승8패와 방어율 5.75.

5년간 평균 연봉 1300만달러의 고액을 받는 에이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존심도 뭉개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고통을 뒤로 하고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1주일에 6일 동안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으로 온몸의 근력 강화와 유연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하루에 3시간씩 비 오듯 땀을 쏟아낸 뒤 나머지 시간은 철저히 혼자.

책 읽기와 경기 비디오 보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손수 쌀을 씻어 밥을 해먹으면서 또다른 삶의 의미를 느끼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막 아침 밥을 지어 먹은 박찬호가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밝고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쾌활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하나하나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홀로 생활하는데 식사는.

▶직접 밥을 해먹기도 하고, (한국 음식점에서)시켜 먹기도 한다.

-밥 해먹기가 만만치 않을텐데.

▶어머님이 19일쯤 오실 예정이다. 그런데 혼자 밥을 해먹으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요즘 운동은.

▶일요일만 빼고 1주일에 6일씩 운동하고 있다. 현재는 시즌 중 운동량이 최고였을 때보다 약 60%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장(알링턴 볼파크)에 나가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3시간 동안 운동한다.

-운동 내용은.

▶몸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뛰는 것, 그리고 수영을 하고 있다.

-구단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었는가.

▶현재는 개인 트레이너가 만들어 준 프로그램으로 혼자 운동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같은 운동을 하게 되는가.

▶다음주부터는 운동량이나 강도를 10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회수는 1주일에 4번 정도로 줄이게 될 것 같다. 운동의 내용도 조금 바뀔 것 같다. 아직 트레이너에게 다음 운동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다. 몸은 아주 좋다.

-운동 외 남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 씻고, 식사하고, 운동장에 가면 금방 오후가 된다. 남는 시간에는 비디오도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는다. 가끔 '야인 시대'같은 한국 비디오를 보지만 주로 내가 과거에 던진 경기 비디오를 본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 아닌가.

▶(웃음) 도를 닦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일찍부터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계획을 잘 짜서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팬들에게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LA=스포츠조선 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