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운드 이어 붙이기'의 명장 LG 김성근 감독이 올시즌 그라운드에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다.
지난 10일 한국시리즈 6차전서 9회말 이상훈이 무너진 자리에 세웠던 방패. 투수는 삼성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마운드 위에 눈물을 뿌렸다.
11일 잠실구장 감독실에 홀로 앉아 김성근 감독은 최원호(29)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고했다"고 했지만,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딱 세개의 공으로 패전의 아픔을 온통 떠안은 투수가 안쓰러웠지만, 감독은 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가 9이닝짜리 경기를 졌어. 원호가 홈런을 맞아 진 것이 아니야."
그러나 김감독이 최원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
"고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괌으로, 오키나와로 몰아붙이며 매섭게 조련했던 재활 투수 중의 한명. 5개월여동안 최원호가 국내에 머문 기간은 채 열흘이 못된다. 명성 자자한 '김성근식 지옥훈련'을 묵묵하게 견뎌냈고, 어깨수술 후의 부진에서 씩씩하게 재활했다.
시즌 내내 한차례의 부상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지켰던 최원호는 지난달 21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LG '가을 이변'의 서막을 연 첫승으로 김감독을 또 한번 고맙게 했다.
선발 투수의 상태는 쉬쉬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꼭꼭 숨겼지만, 최원호 역시 한국시리즈서 진통제를 맞고 테이핑을 한채 허리통증을 감추고 던졌던 투혼의 주인공이다.
감독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패전의 기억이 투수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을까 걱정이다.
"다행이야. 평소 참 남자답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괜찮더라."
그의 공을 믿었던 것처럼 이제 그의 담대함을 믿는다.
( 스포츠조선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