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에서 신설된 재연 프로그램 SBS ‘우리들의 영웅 ’(위)과 KBS ‘기적체험 구사일생 ’은 판박이처럼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번엔 '상대방 베끼기 경쟁'이다. 일본 TV 프로그램을 모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상파 TV 3사가 상대 방송사 흉내내기로 시청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을 개편 이후 채널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 예는 재연 프로그램이다. PD들 사이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올 정도다. 현재 TV 3사의 재연 프로그램은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꿈꾸는 TV 33.3', KBS
'러브스토리' '기적체험 구사일생' '발견천하 유레카', SBS
'우리들의 영웅' '솔로몬의 선택' '깜짝 스토리랜드' 등 손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이런 재연 프로그램들은 모두 '타임머신'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우리들의 영웅' '기적체험 구사일생'은 똑같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 채널을 확인하지
않으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발견천하 유레카' 오진산 책임 PD는 "재연이 워낙 유행이라 일부
삽입했다"며 "솔직히 재연 프로그램의 범람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SBS '진실게임'이 이끈 '참·거짓 가리기' 형식도 사정은 마찬가지.
KBS '두뇌쇼 진실감정단',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후발주자'다. '진실게임' 신정관 책임 PD는 "내놓고 문제삼지는
못해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외면받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들은 대개 '원조'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한다. KBS
'VJ특공대'에 이어 지난해 말 나왔던 MBC '출동 6㎜ 현장 속으로'는
줄곧 7% 안팎 시청률에 머물다가 이번 개편에서 사라졌다. SBS 'TV
동물농장' 이후 쏟아진 MBC '와우 동물천하', KBS '주주클럽' 등
동물 프로그램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유사 프로그램 범람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은 물론, 방송
전반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검증된 형식'에 안주해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없다"며 "경쟁시대 방송에선 독창성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서바이벌'형식을 개발한 네덜란드 프로덕션 엔데몰
엔터테인먼트(Endemol Entertainment)와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만든 영국
셀라도(Celador)는 전세계로부터 막대한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프로덕션들은 유사 프로그램을 TV 3사에 동시 납품하고,
방송사들도 이를 묵인함으로써 프로그램 획일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은혜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유사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현상을 막으려면 방송 컨텐츠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