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가 지난 8일 의결정족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20여건의
법률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위법행위'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재의결을 요구하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각 당은 "관례상
적법한 절차였다"며 사과나 재발방지책은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9일과 10일 이번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의
유감표명이나 단 한 건의 성명·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10일 "8일 법률 통과는 국회의장단의
사회에 의해 정당하게 이뤄졌다"며 "법률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기본적으로 이번 문제는 의원들의
의사·의결 정족수를 확인하며 본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국회의장단의
문제일 뿐"이라며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는 무관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원내총무실 관계자들은 "통상 본회의장 의원 숫자는 복도와 휴게실에서
왔다갔다하는 의원들까지 모두 세는 것이 관례"라며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50분부터 1시간 가량은
복도와 휴게실에 있는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의결정족수(137명)에 훨씬
못 미치는 80~90명에 불과했다.
참여연대는 9일 논평에서 "8일 국회 상황은 (법안표결을 위해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찬성'을 규정한) 국회법 제109조와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각 당 대통령후보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국회의장단과 원내총무의 책임을 물었다.
참여연대는 "국회는 법적 효력이 의심스러운 7, 8일 본회의 통과법안
전체를 재표결해야 한다"며 "2003년 1월 1일 이후부터 모든 투표에
전자기표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매 표결에 대해 참여의원 및 표결기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석연 전 경실련사무총장도 "법률안 통과를 위한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은 당연 무효행위로 재의결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의원들을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회의장이나 국회 윤리위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앞으론 의장단이 의원
출석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이를 공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무효법안 시비에 대해선 과거 유사사례의
소급문제 때문에 재표결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정기국회 때 법안 폭주로 졸속심사가 불가피한 현 실정에
대해선 "정기국회 때는 예산관련 법안과 긴급을 요하는 법만 처리하고
일반 법안들은 임시국회에서 분산 처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