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시체

(132~142)=대회장으로 향하는 버스 속 분위기는 가족
나들이같았다. A, B 두 팀으로 갈려 적(敵)이 됐건만 한국 선수들은
왁자지껄 웃어가며 함께 게임을 즐겼다. 외국 선수들을 만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첫날 대국이 끝나기 무섭게 운동장에 모여든 3개국
선수들은 서로 뒤섞여 볼을 찼다. 열띤 함성과 환호 속에서 모두가 그날
승패나 국적 따위는 깡그리 잊은 듯 했다.

개인 종목인 바둑에서 내가 아닌 남은 모조리 적이다. 찌르지 못하면
내가 베이므로 바둑 판 앞에만 앉으면 그들은 눈에서 불꽃을 뿜는다.
하지만 적과 동료의 모순된 관계를 그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었다.
젊음의 향기와 그 순수함을 지켜보는 것은 모처럼의 감동이었다.

흑 ▲는 일종의 사석 전법. 140까지 순식간에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139가 설명을 필요로한다. '가'를 선수하고 하변 흑까지
구출할 수는 없느냐 하는 것. 하지만 참고도 백 4 이하 16까지의
수순으로 잡힌다. 이른바 귀 곡사(曲四)의 형태.

141은 역끝내기 6집 짜리로 큰 곳이지만 흑 '나', 백 '다', 흑
'라'로 좌하귀 쪽을 지키는 것 보다는 작았다. 백이 지금 '마'를
차지하면 큰 차로 앞선 형세. 그러나 갑자기 142로 시체(?)를 움직인다.
시간에 쫓긴 것도 아닌데 무슨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