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동거하는 어린이의 사망률이 그러지 않는 어린이에 비해
절반이나 낮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어릴 적에 배 아프면 외할머니
불러 배를 문지르고, 심하게 앓으면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던 일이
생각난다.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입김은 약김이라 하지만, 가난했던
삼남(三南) 산간 지방인지라 엄마가 바쁘기 때문에 외할머니 손을 빌리는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님을 시사하는 외할머니의 힘이다.
엄마 손보다 외할머니 손이 약손인 까닭은 뭣일까. 손으로 환부를
어루만지면 플라세보 효과라 하여 의사(擬似)치유 효과를 내기도 하고
손에서 발산되는 동물 자기(磁氣)의 작용으로 낫게 한다고도 한다.

그 무엇보다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기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편안함을 갖는 상태는 어머니와 체온이 같게 유지될 때인데,
그래서 심신의 불안·부조(不調)를 바르게 하는 등온(等溫) 효과를 위해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호호 입김을 분다는 것이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우는 것을 두고 셰익스피어는 바보들만 사는 세상에 강제로
떠밀려 나온 것이 억울해 운다고 했지만, 자궁 속에서 유지돼 왔던
엄마와의 등온로부터의 이탈 때문에 우는 것이다. 그 어머니의 체온에
가장 가까운 것이 어머니의 어머니요, 따라서 거부반응이 극소화된 등온
유지 대상이 외할머니이기에 아이가 아프면 외갓집에 맡겼을 것이다.

만나면 아무 말 하지 않고 숨만 쉬고 있어도 편안한 사이를 허물없다고
한다. 허물이 없다는 것은 예의·격식·도덕·규범이나
장유·남녀·반상·빈부 그리고 이해가 개재하지 않은 원초적으로 가장
편안한 사이다. 그런 사람과 더불어 있으면 허물 때문에 생기는
긴장·스트레스 등 심신의 부조(不調)로부터 해방된다. 가장 허물없는
사이가 어머니와의 사이요, 잘잘못 가리지 않고 감싼다 하여 포용(包容)
원리라 하고 아버지는 잘잘못을 맺고 자르며 거리를 둔다 하여
단절(斷切) 원리라 한다. 위기를 당했을 때 아버지를 부르지 않고
어머니를 부르는 이유가 바로 허물 잡는 거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도 버릇을 잡는 단절 원리가 잦다보니 보다 허물이
없는 차선적 사이로 외할머니가 뜰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절은 없고
포용만 있는 외할머니와 더불어 있으면 누구보다 심신이 편하기에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걸려도 잘 낫기에 사망률도 반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