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삼성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2차전을 LG가
잡으면서 올 한국시리즈는 섣부른 예상을 불허할 만큼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4위를 차지,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던 LG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한결같이 열세라는 주위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상위 팀들을 연파했다. LG의 선전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은 차가운 겨울 날씨 속에서 치러지고 있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야구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삼성이 1차전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장타력에서 LG에 앞선 탓도 있지만
좌완 투수 엘비라가 LG의 좌타자들을 잘 막았기 때문이었다. 현대와
기아는 LG의 좌타자들을 막지 못해 무너졌는데 삼성에는 엘비라, 강영식,
전병호, 오상민 등 좋은 좌완 투수들이 많다. 이 점이 이번 시리즈의 키
포인트다. 삼성 김응용 감독이 중요한 3차전 선발로 전병호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삼성은 엘비라와 임창용 외에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LG는 이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LG는 전체적으로 투수들이 지쳐 있다. 원래 김성근 감독이 선발 투수에게
덜 의존하는 스타일이지만 LG가 자랑하는 중간 계투 요원들도 거듭되는
박빙의 경기로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LG로서는 2차전 선발
만자니오처럼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져줘야 투수진 운영에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대로 삼성으로선 승부가 종반까지 팽팽하게 이어져서는 승산이 없다.
특히 삼성은 7차례나 정상 도전에 실패한 만큼 선수들이 긴장감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초반에 3점 이상을 뽑아 앞서가는
경기를 해야 부담 없이 시리즈를 풀어나갈 수 있다.

LG는 공격에서 뛰는 야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추운 날씨에 밤
경기가 많기 때문에 삼성 수비진의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하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2차전 9회 득점은 이런 점을 잘 이용한 것이었다.

(박노준·조선일보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