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건강을 회복해 돌아가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한국보훈병원. 에티오피아 예비역 대령 아얄루 보갈레(69)씨가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가 익숙지 않은지 털모자와 목도리를 한 채 병실에 앉아 있었다. 만성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지난달 18일 입원한 보갈레씨는 “50년 전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렀던 곳에서 병든 몸을 치료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황실근무대 소속이던 보갈레씨는 미 7사단에 배치돼 철원·김화지구 등에서 전투를 벌였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총 3520명을 파병해 그중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보갈레씨는 지난달 15일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동료 전우 19명과 함께 50여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가 보훈처에 “한국에서 지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훈처는 흔쾌히 자체 비용으로 한국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보갈레씨는 “고층 빌딩과 넓은 길을 가득 메운 자동차 등 한국전쟁 당시와 너무 달라진 한국의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역시 참전용사 출신으로 보갈레씨를 간병 중인 윈디무 필라테(68)씨는 “잘 걷지도 못하던 보갈레씨가 한국에 머물면서 많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입원 이후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보갈레씨의 희망은 신장 기증 의사를 밝힌 에티오피아의 가족을 불러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것. 하지만 보훈처측은 수천만원이 드는 이 수술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