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좋은 시 2002'(삶과꿈 刊)가 나왔다. 부제로 붙어있는 '삶과
꿈의 앤솔리지'라는 제목 그대로, 200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시들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을 엄선했다. 엮은이 이흥우(李興雨) 시인은 "국내에
발행된 문학지에 게재된 작품 중에서 200여명 시인의 200여 편을
선정했다"고 했다. 1992년부터 해마다 한 권씩 출간됐으니 올해로
11년째 계속되는 작업이다.

구상, 고은 등 원로 시인부터 함민복, 함성호 등 한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송수권, 정일근 등 지역에서 고유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시인들도 만난다. 각각의 시에는 어느 문예지에
실렸던 작품인지를 주석으로 붙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내 머리는 널따란 나뭇잎이 되는 듯 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대로 기우뚱거린다/ 빗소리가 거세어지면/ 내 머리에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듯 하다/ 무성해진 나뭇잎이 기우뚱기우뚱/ 비를
맞는다/ 빗소리가 빽빽해진다/ 이파리가 빽빽해진다'(황인숙
'비'·동서문학 가을호)

이씨가 '와 의 시학'이라는 제목으로 쓴 서문도
흥미롭다. 그는 "이런 용어들을 개념화하며 공방을 하는 정치풍토는
사회 일반의 '깽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면서 "평상시에도 시를
가까이하며 즐김으로써 감성과 지성을 연마하여, '정치적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이미지를 그려본다"는 요지의 글을 썼다.

(魚秀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