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살인용의자 조모(30)씨의 사인(死因)이 구타에
따른 허벅지의 피하출혈 및 외부충격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는 검찰 수사관들이 15시간 동안 조씨를
조사하면서 지속적으로 구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구타에 의한 사망 =국과수는 조씨의 허벅지 등 하체 부위에서 생긴
지 하루 이내의 심한 피하출혈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피하출혈이 혈액 흐름을 순간적으로 감소시켜 속발성 쇼크를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국과수는 구타로 파괴된 허벅지
부분 피하지방이 혈관을 통해 폐에 붙어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지방을 폐에서 검출하지는 못했다.
국과수는 또 조씨가 뇌의 좌·우 2군데에서 생긴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적인 충격으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은 통상 급속한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조씨가 숨지기
직전에도 외부적인 충격이 가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과수는 뇌출혈 부위가 다소 좁아 사망원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과수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씨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국과수 이한영(李韓榮) 법의학과장은
"시신에서 두 가지 요인 중 하나만 나타났다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내부 토론에서도 의견이 5대5로 갈렸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또 조씨가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거나
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등 '물고문 사망'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그런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 숨진 조씨는 어떤 인물인가 =이처럼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가혹행위가 있었던 이유는 뭘까? 조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혐의를 자백하고 자술서까지 썼던 공범 혐의자 최모(29)씨가 조씨가
연행돼 올 무렵 특조실에서 도주하자 수사관들이 격앙됐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폭력조직 S파의 조직원인 조씨와 최씨는 박모(32·구속)씨와 함께 98년
경쟁관계의 다른 조직원 박모(32)씨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박씨의
집에서 흉기로 왼쪽 손목을 두 차례 그어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S파의 두목
신모(지명수배)씨의 '쪽지'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된 이 살인
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은 자살로 결론내렸었다.
조씨 등 3명은 또 99년 6월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서 박씨 살해사실을
폭로하겠다며 3000만원을 요구한 이모(35)씨를 장모(구속)씨 등 3명과
함께 흉기로 15번 찔러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도피 중인
최씨는 "수사관들의 폭행으로 인한 허위자백"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