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내 사랑 ’은 국내 처음으로 방영 전 제작을 완료,내년 7월 방영된다.주인공 고수(오른쪽)와 신인 신정선은 여름옷을 입고 연기하느라 추위에 덜덜 떨었다.


지난 달 31일 제주도에선 내년 7월 방영될 KBS 새 드라마 '북경
내사랑' 촬영이 시작됐다. 국내 TV 사상 최초로 전작제(全作制·방영
전에 드라마 전편을 완성하는 것)를 도입한 이 미니시리즈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 관행들을 하나씩 깨나가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균태
작가는 이미 20회분 대본 전량을 완성했다. 이교욱 PD는 내년 4월 촬영을
완료하고 5~6월 편집을 마쳐, 7월 첫 회 방영할 때는 테이프 20개가
완성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방영 도중 횟수를 늘리거나 극 흐름을 바꾸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이지요. 그런 만큼 높은 완성도를 요구합니다. 완전히 다 만들어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약간 불안하기도 합니다." 책임 프로듀서
윤용훈 PD는 "전작제는 영화 제작과 비슷한 방식이며, 한국·중국을
포함해 동남아 일대에서 동시 방영하는 영화 배급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전작제 드라마의 주인공은 고수.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두 나라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방탕한 부잣집
아들이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중국 북경에 떨어져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개척하는 인물 '나민국' 역을 맡았다.

"촬영 전날 대본받아 읽어보고 연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아가 대본을
한꺼번에 받으니까 소화가 안되더라고요. 이제까지 제작진·시청자 반응
보면서 '눈치껏' 해왔다면, 이번엔 영화 찍듯 '소신껏' 해야겠죠."
고수는 "전작 드라마이다 보니 예전처럼 언제 촬영할지 몰라 무한정
기다리지 않아 좋다"고 했다.

'북경 내 사랑'의 총 제작비는 35억원선. 회당 1억7500만원 가량 드는
'블록버스터'다. 5억원 가량을 중국 프러덕션인 '21세기 영음공사'가
댄다. 출연진도 절반은 중국 배우다. 고수 상대역인 중국 북경대생
메이는 800대 1 오디션을 뚫은 중국매우 랴오 샤우친(22)이 맡았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이얼이 중국에 사는 한인 사업가로 나오고,
'야인시대' 구마적으로 인기가 치솟은 이원종, 미스코리아 선 출신
신인 신정선 등이 출연한다.

김균태 작가는 '테마게임' '남자셋 여자셋' 등 오락물과, 드라마
'깡패아빠' 등 코믹물로 이름을 굳힌 인물. "재미에 중점을 두고
극본을 썼다가 중국인 정서를 거스르는 게 있어서 불가피하게 수정도
해야 했습니다." '북경 내사랑' 초반 고수가 납치돼 천안문 광장에
버려지는 설정을 썼다가, "어떻게 천안문 광장에서 납치극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중국측 반발에 '천안문'을 '북경역'으로 바꿔야 했다.

이 드라마는 '사극 연출의 대부' 김재형 PD가 회장인 코바인터내셔널의
첫 제작물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제주도 촬영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드라마의 꽃이라는 미니시리즈에 전작제를 도입해 첫 작품으로
만들게 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