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 수 있다면야….중국 어느 시골의 한 간이역에 열차가 잠시 선 사이 동네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음식을 팔고 있다.

●중국인의 상술

(강효백 지음/한길사/1만2000원)


"우리 회사는 과학기술 인재를 선발하여 독일 아우디 승용차와 넓고
고급스런 맨션을 제공하겠다."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구인광고가 아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후진국으로 알고 있는 중국이 1980년대 중반 내걸었던
구인광고다.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표현은
상투적이다.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는 말도 진부하다. 주 중국
대사관 외교관으로 재직하며 10년 넘게 변화의 현장을 목격한 저자는
"중국은 이미 우리의 연구대상"이라고 말한다. 기원전(BC) 1000년에
주판을 만들어 사용하고, 지폐와 수표, 어음 등도 서양인보다 먼저
만들어 쓸 줄 알았던 경제동물이 우리의 새로운 연구대상이다.

저자는 먼저 5200만 화교 가운데 2000만명을 배출한 광둥 경제인들의
비즈니스 감각을 주목하면서도 그들이 상인종(商人種)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동물이 된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파고 든다. 대대로 중앙 정계에서
소외되거나 중원의 난리를 피해 산맥을 넘어온 유랑민들의 후예인 그들은
정치 대신 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그들 앞에 펼쳐진 남지나해를
통해 바다로 열린 개방적 태도를 배웠다는 것. 그래서 광둥인들은
"지식분자가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베이징인의 실속없음을
비웃으며 "아우디 배기량과 맨션의 크기를 알려달라"는 진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민간 신앙의 대상인 관우마저도 재신(財神)으로
탈바꿈시키는 광둥인들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광둥 상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중심은 광둥에서 상하이로 옮겨가고 있다. 거기 더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베이징 상인들도 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산둥지역 상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이들 지역 상인들의 특성을 개관함으로써 각 지역 상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정치 지향적인
베이징 상인들은 말이 많고 자존심이 강해 물건 값을 깎아주지 않고
흥정을 짧게 하려 한다. 신의를 중시하는 산둥 상인들의 기질은
"시민들이 당일 생산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칭다오시 전역에 2000개의 직영 맥주집 문을 연 칭다오
맥주의 마케팅으로 나타난다.

1738년 베이징에 문을 연 음식점 두이추(都一處·도성에 오직 한 곳이란
뜻)나 1530년 개점한 식료품 가게 리우삐쥐(六必居)처럼, 보잘것 없는
가게를 수 백년씩 이어가며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국 상인들의 저력이다.
게다가 이런 장수의 비결이 리우삐쥐의 불용삼야(不用三爺), 즉
삼야(자식과 친척, 외척)를 철저히 배제한 경영철학이라는 설명을 읽을
때는 자못 감동스러워진다. 안일함에 빠진 자신을 채찍질 하기 위해
메추리 15만마리를 불태워버린 리우용하오, 중국 ?시(關係)의 힘을
이용해 성공한 우이지엔 진화그룹 총재 등 갑부들의 성공 열전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