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무역회사 직원,밤엔 젊은 마술사로 변신하는 이동택씨. 카드를 다루는 마법의 손놀림에 눈 뜨고 당하기 일쑤다.


이동택(27)씨가 품고 다니는 명함은 두 가지다. 처음 꺼낸 명함은 하얀
바탕에 딱딱한 글씨체로 '범한물류 항공수출팀 이동택', 곧 이어 내민
심상치 않은 명함은 까만 바탕에 한껏 멋을 낸 서체로 'cool magic
illusionist 이동택'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입사 8개월째인 신참
사원이자, 1만5000명 회원이 가입한 마술 사이트
'쿨매직(www.coolmagic.co.kr)'의 운영자다.

군 제대 무렵 담배를 순식간에 없애는 마술을 보고 한눈에 반해 마술계에
입문한 지 5년. "처음부터 '딱 이거다' 싶었어요. 운명처럼
이끌렸다고 할까요." 마술을 가르쳐주는 바(bar)를 수소문해
드나들었고, '마술 꽤나 할 줄 안다'는 후배를 쫓아 손재주를 익혔다.

그걸 밑천 삼아 대학시절 만들었던 간단한 마술 사이트를 개편, 올해
7월엔 동영상으로 마술을 볼 수 있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세기(細技)도 익힐 수 있는 새로운 '마법의 성'을 문 열고,
'쿨매직'이란 문패를 달았다.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개인 시간 말고 일을 할 시간이요."
그의 하루일과를 들여다보면 턱 없이 볼멘소리가 아니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7시30분 퇴근하기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직후에는 마술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후배들과 제작 회의를 연다.

1주일에 2~3번은 오후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마술 사이트 컨텐츠
동영상을 찍고, 컨텐츠 제작에 주말도 고스란히 바친다. 회사원과 마술
사이트 운영자, 그 '이중생활' 속에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허튼 꿈도 꾼다.

그의 마술은 카드를 뒤바꾸고 찢어진 신문을 다시 붙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미국)가 했던 '자유의
여신상 옮기기'처럼, 보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눈 도장'을 찍는
수준은 된다고 그는 자신한다.

지난 5월 거래업체에서 연 파티의 장기자랑 시간. 이씨는 5~6가지
스테이지 마술을 선보였다. 컵 안에 든 물이 "없어져라"는 주문에
감쪽같이 사라졌고, 조그만 봉투에서 사람 키보다 큰 빨대를 끄집어
냈다. 며칠 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거래업체 부장이 그를 보고 던진
첫마디는 "자네, 그 마술사 아닌가?"

"그 파티 이후 거래업체에 전화를 하면 '마술하셨던 분 맞죠?'하며
반겨요. 마술로 이름 석자 확실히 알리고 제주도 왕복항공권도 상품으로
따냈습니다." 이씨는 "제 마술을 한번 본 사람들은 절대 저를 잊지
못해요"라고 했다.

'사람 만나고 사귀기'를 천성적으로 즐기는 그에게 마술은 하나의
'축복'이다. 올해 9월 그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친구 50여명을 초대해
옥상에서 바베큐를 굽고 와인을 마셨다. "파티 도중 '마술을
보여달라'는 친구들 주문에 즉석에서 쇼를 선보였어요. 즐거워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더 큰 행복을 되돌려 받았죠."

무역업과 마술, 두 마리 토끼의 귀를 손에 쥔 이씨는 또 어떤 마술을
보여줄까. '쿨매직' 사이트는 최근 몇개 회사와 컨텐츠 제휴를 맺고,
특허신청도 해놓은 상태다. "마케팅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그를
보면 '낮일(본업)'에 대한 욕심도 거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안인용·2030객원기자·이화여대 독문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