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인 소공동 미도파 메트로점·옛 한일은행 본점 등을 롯데가 잇따라 사들이면서 백화점·호텔과 함께 ‘롯데 타운 ’을 형성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a href=mailto:leedh@chosun.com>/이덕훈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이 소리없이 '롯데 제국(帝國)'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롯데백화점·호텔(9120평)에 이어 올 7월 미도파
메트로점(750평), 9월 옛 한일은행 본점(1650평)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소공동·남대문로 일대 1만1000여평의 대형 타운이 형성됐다. 지난
1973년 ㈜호텔롯데가 설립된 지 정확히 30년 만의 일이다.

◆ '중심가 고집' 이유는? =롯데가 이 땅을 사들이는 데 쏟아 부은
돈은 6000여억원. 롯데는 이 땅 외에도 1999년 편의점
로손·게토레이·TGI프라이데이스 등의 인수와 미도파 인수 및 리모델링
등에 2조원을 썼다. 이 같은 실적은 롯데의 탄탄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한 것. 작년 말 현재 롯데의 부채비율은 73%인데 이는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토지공사·가스공사·도로공사 등 공기업과 삼성물산·SK텔레콤 본사
등이 작년부터 경기도 분당으로 이전하며 '탈(脫) 서울 러시'에 나서는
것과 정반대로, 롯데가 투자로 일관하는 이유는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독특한 부동산 철학이 그 배경.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넓고 값싼 땅보다 좁더라도 상권이 확실한
비싼 땅을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다른 대기업들이 수도권 인근에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던 80년대에도 우리는 동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철학은 30년 전 소공동 반도호텔을 매입해 롯데호텔을
세울 당시, "시내 중심가인 소공동에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세우고
관광타운으로 형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땅'에 대해서는 "돈을
벌기 위해 땅을 이용한 적은 없으며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오로지
장래에 펼칠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명동 상권 장악 노린다 =롯데가 옛 한일은행 본점을 매입한 이유는
그룹 사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본점 15~26층 일부를 호텔 등과 나눠쓰고 있으며 일부 팀은 인근
빌딩에서 '셋방 살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 3층·지상 21층에
이르는 옛 한일은행 본점이 계열사 사옥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롯데는 호텔·백화점·미도파 메트로점 등을 잇는
대규모 지하 타운을 만들어 지하 쇼핑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대형 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10~20대가 몰려드는 명동
상권과 지하 타운이 연결될 경우, 남대문시장·신세계·롯데·명동 등이
연결되는 '대형 상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하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 점용 허가, 시설 사용료, 기부 조건 등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에서 정식 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도심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