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3루수 트로이 글로스(왼쪽), 포수 벤지 몰리나(오른쪽 앞), 그리고 마무리 투수 트로이 퍼시벌이 승리가 확정된 뒤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한데 어울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애너하임의 '붉은 천사'들이 마침내 승천의 꿈을 이뤘다. 전날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천사들. 그들은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 반지를 끼고 캘리포니아의
가을 밤을 붉은 환호성으로 물들였다.

에인절스는 28일(한국시각) 홈구장인 에디슨필드에서 벌어진 2002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대1로
격파,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1961년 리그 참가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에
입맞춤을 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에인절스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따냈다.

월드시리즈 MVP에는 6차전에서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등
이번 시리즈에서 타율 0.385, 3홈런, 8타점을 기록한 에인절스의 5번
타자 트로이 글로스가 뽑혔다. 에인절스의 우승으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구단은 텍사스 레인저스 등 모두 8개로
줄었다.

월드시리즈 사상 최다득점(85점) 및 최다 홈런(21개) 신기록을 세운
'난타전 시리즈'였지만 마지막 7차전은 애너하임의 젊은 투수들이 힘을
냈다. 에인절스의 선발 존 랙키(24)는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신인
투수로는 1909년 베이브 애덤스(피츠버그 파이리츠)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브랜든 도널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24타수에 단 1안타만
허용하는 놀라운 피칭으로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았고, 약관 20세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도 8회 탈삼진 3개를 잡아내며 선풍을 이어갔다.
마무리로 나온 트로이 퍼시벌은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불같은
강속구로 위기를 넘기며 월드시리즈 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전날 0―5의 열세를 7회부터 뒤집은 천사들에게 이날만은 '원숭이의
마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2회 선취점을 내준 에인절스는 2회말 8번
몰리나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들더니 3회 무사 만루에서 4번 타자 개럿
앤더슨이 주자 일소 2루타를 뿜어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했다. 랠리
몽키가 등장하기 훨씬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