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규정은 한마디로 엉터리다. 자동차 관련 규정이
정부 부처마다 제각각이다. 여기에다 자주 바뀐다. 그렇다고 국제기준에
맞는 것도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동차 규정이
가끔 국제적인 망신거리를 제공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디젤엔진 기술심포지엄'을 예로 들어보자.
참석자는 환경부와 현대자동차, BMW, 다임러 크라이슬러, 보쉬에서 나온
자동차 전문가들이었다. 이 세미나의 핵심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승용차에 어떤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느냐'로 모아졌다.
심포지엄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대충 이렇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슈바인레 게하르트 이사의 질문. "한국의 디젤엔진 배기가스 규정은
유럽과 미국, 일본 규정 중 어디에 가까운가?" 환경부 담당자의 답변.
"나는 기술적 지식이 없어 모른다."
독일 부품업체인 보쉬에서 온 크리거 크라우스 수석부사장의 이어진
질문.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 3모드를 한국이 도입할
계획인가?" 담당 공무원의 답변. "유로 3모드를 도입하면 나는
파면당한다." 기가 막힌 한 참석자가 "한국 정부가 유럽과 미국,
일본의 나쁜 규정만 섞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제도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비꼬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승용차 디젤 엔진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는 세계
어디서도 예를 찾을 수 없는 이상한 규정이다. 세계 어느 자동차
메이커도 이 규제치에 맞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다. 배기가스 규제가
국제적인 기준과 동떨어진 것은 국내 자동차 분류 기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분류하는 기준을 이해하려면 몇
시간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환경부·행정자치부의 자동차 분류 기준은
제각각이다.
건설교통부가 정한 자동차 관리법상에는 9인승 이하는 승용차, 10인승
이상을 승합차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부가 배기가스 규제를 위해 분류한
기준은 승용차가 1군과 2군으로 나눠진다. 또 같은 4륜 구동 차량이라고
해도 차체 구조에 따라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바뀐다.
분류 기준이 달라진다는 말은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 차이 난다는 뜻이다.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오죽 많은가. 분류기준이 달라지면
특별소비세·자동차세·등록세·공채매입액·관세가 바뀌고 여기에 따라
자동차 판매 가격이 달라진다. 결국 자동차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관련 정부 부처를 상대로 '죽자
살자'며 로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쏘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이 자동차는 우리나라
정부의 분류법에 따르면 트럭일 수도 있고 승용차일 수도 있다. 무쏘
스포츠는 건설교통부가 정한 자동차 관리법상에는 트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차의 자동차세는 화물차 세금(연간 2만8500원)과 같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무쏘 스포츠는 트럭이 아니라 승용차이다.
트럭은 특소세를 면제받지만 승용차는 특소세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무쏘 스포츠를 구입한 3만명은 300만원을 더 내든지, 아니면 계약을
해약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제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올라섰다. 이쯤되면 자동차
관련 규정도 국제수준에 부합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소비자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내 힘이 이렇게 세다'는 자랑만 하고
앉아있을 것인가.
(金泳秀/산업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