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 S아파트 공사 부지. 산자락을 깎은
2만7000여평에 굴착기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큰 길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폭 3~4m의 좁은
농로(農路)였다.
인근 D아파트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내년 9월 S아파트에
777가구가 입주하면 큰 길로 나가는 폭 5~6m의 왕복 2차선 도로에서부터
출근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 손승재(孫昇在·56)씨는
"1500가구나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의 진입로가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은 지난 25일 수원지검 특수부가 난개발 혐의로 적발한 D건설과
Y건설 등 5개 건설업체가 개발한 대단위 아파트단지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부지를 18~19가구씩 쪼개 임직원과 친인척 명의로
등기하는 방법으로,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반드시 사업승인을 거치도록
한 현행 법절차를 피해나갔다. 그 결과 건설업체들은 도로·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을 짓는 비용을 절약하며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챙겼고,
주민들은 고스란히 난개발의 피해자가 됐다.
이곳 아이들은 보정리에 학교가 한 곳도 없어 고속도로 건너편 1㎞
거리에 있는 연원마을의 마북초등학교와 구성중학교로 통학하고 있었다.
20분 간격으로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30~40분을 가야 하지만, 버스를
놓치면 고속도로 아래로 뚫린 '토끼굴'을 지나 걸어가야 한다.
사정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은행·상가·직행버스 등
기반시설들도 모두 연원마을에 있다.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일일이 119를
불러야 할 판이었다. 주민 이원복(李媛馥·여·50)씨는 "토끼굴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여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C건설과 Y건설의 아파트가 있는 이웃 상현동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로 1만8000여가구가 입주해 있는데도 큰
도로라야 편도 1~2차선이 고작이었다. 주민 이상덕(李相悳·39)씨는
"학교·동사무소·파출소·공원·수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며 "난개발이라지만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금품을 챙기며 난개발에 눈감았다. Y건설의 정모 대표는
2000년과 2001년을 합쳐 용인시청에 4억원을 썼다. 다른 비리 혐의로
구속된 담당 공무원의 변호사 비용을 댔고, 명절마다 상·하수도과,
녹지과, 건축과 등 관련 부서에 상품권을 돌렸다. 검찰은 "정씨가
시장과도 '형, 동생'하는 사이였다"며 "일부 공무원들은 정씨에게
편법 허가 때의 주의사항을 충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