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연장 구간(수서~선릉·6.6㎞)의 탄천역(驛) 설치가
건설비 분담문제로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관련 부처들이 건설비 분담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하자 착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역 신설을 주장하는
강남구 일원동 주민과 이를 반대하는 분당 주민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올 연말 완공 예정에서 1년6개월 정도 연기되었던
개통 시한이 2년 이상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 건설비용 조달 차질 =철도청은 지난 3월 강남구 일원동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분당선 연장구간의 개포3역과 수서역 사이에 탄천역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571억원에 이르는 추가 건설비용은 분당선
건설비를 나눠 내온 철도청과 토지공사, 서울시, 강남구 등이 분담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26%, 철도청이 22%, 토지공사가 33%를 각각 분담하며,
탄천역 신설 지역인 강남구가 100억원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분당선 개통 지연을 이유로 분당 주민들이 탄천역 신설을
반대하고 나서자 토지공사가 비용 분담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지공사 분당사업소 안진회(安鎭會) 소장은 "분당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 비용분담확인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며 "강남구 일원동과 분당
주민들이 역 신설에 합의해야 분담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분당선 연장 구간 공사를 맡은 철도청도 탄천역 신설 방침
발표 이후 7개월째 손을 놓고 있다. 철도청은 "관련 부처간 사업비
분담에 합의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토지공사 등의
사업비 분담문제가 해결돼야 탄천역 신설과 분당선 연장 구간 완공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원동과 분당 주민간 갈등이 쉽게 무마되지 않는 한 토지공사의
분담금도 조달할 길이 없어 분당선 개통은 그만큼 늦춰지게 된다.
◆ 일원동·분당 주민 갈등 =강남 일원동 주민 1000여명은 지난 21일
일원동성당에서 '탄천 역사 착공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인근
대청역까지 500m 구간에 행진을 벌였다. 주민들은 토지공사 등의 사업비
분담 차질로 자칫 탄천역 신설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주민 여병호(呂秉鎬·50)씨는 "개포동에는 600~700m 간격으로 촘촘히
역사를 만들면서도 2.9㎞에 이르는 일원동에는 역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원동에는 장애인이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많아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인 일원동성당 이병문(李炳文) 신부는 "일원동은 탄천
하수종말처리장·쓰레기소각장 등 '기피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며
"지역 형평성과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94년 분당선 1단계(오리~수서·18.5㎞) 완공 이후 연장 노선 개통을
기다려온 분당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
고성하(高晟河·57) 회장은 "신도시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을 위해
건설되는 분당선이 당초 계획에도 없던 탄천역 때문에 개통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