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드라마를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나이가 50이 훨씬
넘은, 그것도 아들 셋에 며느리를 둘씩이나 거느린 가장이 모친을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이었다. 부친에 대해서는
'아버님'이라는 존칭을 쓰면서 모친에 대해서는 '엄마'라는 호칭을
고집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나이 마흔을
바라보지만 나 역시 지금껏 '어머니'라는 호칭을 써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영화 기획회의를 할 때나, 비즈니스 상대를 만난
자리에서나 나는 가족 얘기를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그 때마다 듣는
얘기가 "아직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세요?"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내 머리와 가슴 속엔 '엄마'와 '어머니'에 대해 나만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엄마'라고 부르는 대상은 절대
늙거나 죽지 않는다는 종교와도 같은 믿음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언제나 자식들을 보호해주는 절대적인 존재였던 데 비해, '어머니'는
자식들이 봉양해야 할 연약한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학생활 이후 독립해 살게 되면서 엄마와 같이 장보러 다니는 횟수도,
엄마와의 대화도 줄었다. 그래서 요즘 친척들이 어찌 지내는지, 아직도
아버님이 아침에 산책 나가는 걸 싫어하시는지 어쩐지를 나는 잘 모른다.
엄마는 언제나 내게 가장 신속한 소식통이고, 가장 편안한 쉼터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마마보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많은 성인 남성들의
소망 아닐까.
(안창국/JR픽쳐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