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음악회를 앞두고 엄마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는 기쁨터의 아이들.“장애아들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것 ”이 이들의 꿈이다.<a href=mailto:younghan@chosun.com>/허영한기자 <

24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음악회가 열린다.

가수 유열의 사회로 진행되는 음악회 '공감'. 성시경·김광진·장필순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지만, 음악회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발달장애
가족들의 자조(自助) 모임 '기쁨터' 아이들과 엄마들. 12명의 장애아와
10명의 엄마들이 호흡을 맞추는 사물놀이 공연이다.

"답답했어요. 장애인을 다룬 기사나 책을 보면 대체로 인간승리 위주의
성공담이잖아요. 실은 실패담이 훨씬 많은데….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 듣고 들려주며 위로받고 싶었어요. 막연하고 암담한 우리들 일상에
작은 기쁨, 보람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요. 엄마들이 살아나야 아이들도,
아빠들도 일어설 수 있으니까요." 두 돌 즈음 자폐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아들 때문에 망연자실했던 김미경(42)씨.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 없어" 경기도 일산 지역에 사는 장애아 엄마 10명과 함께 98년
'기쁨터'를 결성, 3년 전부터 가을 음악회를 열고 있다.

먼저 인터넷에 홈페이지(www.joyplace.org)를 열었다. 전국 곳곳에서
엄마들 하소연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렇게들 아픔이, 고민이
많았을까 싶었죠." 김씨와 모임 엄마들은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오전엔 뜨개질, 퀼트, 도자기 교실을 열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아이들을 한자리 모아 방과후 교실을 이어갔다. 한달에 한번
전문가들을 초대해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가졌다. 많을 땐 100명이 넘는
부모들이 몰려왔다.

사물놀이가 기쁨터 식구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은 첫 자원봉사자가 장고
강사였던 덕분이다.

"두 시간씩 연습해도 끄떡 안해요. 장고를 얼마나 잘 치는데요.
두드리고 두드리면서 아마도 속에 쌓였던 울화를 풀어내는가 봐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 재식(15)이를 자랑하는 장현주(52)씨는 그
덕에 자신까지 북을 배워 이번 무대에 선다. 1, 2회 모두 사람들로
넘쳐났던 자선음악회는 기쁨터 식구들에게 35평짜리 보금자리를
마련해줬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툭하면 야단맞고 눈치보고 하던 아이들이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박수를 받으니까 그렇게 좋아할 수 없어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죠.
어디서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화려한 조명을 비춰주겠어요?" 이번
자선음악회 표도 이미 다 팔렸다. 김혜경씨는 그 고마움을
'친구들'에게 돌렸다. 지난해에 이어 사회를 맡아준 유열을 비롯해
생면부지의 장애아들을 위해 기꺼이 무대에 서는 가수들. 기쁨터가
세들어 있는 마두동 집 주인 또한 다른 세입자를 받을 때 '장애아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내세울 정도다. "그런 분들이 있어 희망을
세운다"며 기쁨터 엄마들은 활짝 웃었다.

하지만, 기쁨터 엄마들의 고민이 음악회의 성공이나 일부의 이해만으로
다 풀린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제도나 현실적인
대책이 거의 없는 게 문제예요." 김씨는 "19살이 되면 갈 곳이
없어지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걱정과 분노를 표한다. "시설은 너무나
제한되어있고, 그나마 갈 수 없는 아이들은 방 구석이나 정신병원, 그도
안되면 소재 파악도 불가능한 열악한 시설로 밀려난다"고 지적한 그는
"기쁨터 같은 자조모임이 많이 생겨서 일상의 작은 문제부터 제도적인
대책 마련 요구까지 힘을 모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