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말한다
(유선진 수필집/선우미디어/8000원)
에세이스트 유선진 씨의 첫 수필집 '섬이 말한다'를 읽으며 나이
들어가는 것의 미덕과 아름다움을 생각해 본다. 그의 칠십 인생이 잔잔히
녹아있는 쉰다섯 편의 짧은 글들에는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라고
했던가.
유씨는 콘택트렌즈를 낀 뒤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잔주름을 남편의
얼굴에서 발견하고는 연민을 느낀다. 유씨의 얼굴이 못생겼다고 늘
놀리던 고교 동창이 며느리감을 선본 뒤 "꼭 니 얼굴이더라. 이제
아들에 대한 염려는 끝났다"고 하는 것을 듣고는 그녀의 독설이 사실은
애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합창대회가 있던 '동창의 날'
행사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며 "인생도 (합창처럼) 그동안의 잘잘못을
연습삼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회한에 젖기도 한다. 그는
인생을 베틀 앞에 앉아 베를 짜는 일에 비유한다. "자수의 뒷면이
복잡하고 엉켜있을수록 앞면의 '무늬'가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각자 주어진 운명의 실을 가지고 짜나가는 삶이란 굴곡이 많을수록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유씨는 책머리에 "삶이란 아무리 초라한 것이라도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로 귀한 것"이며 "누군가 벗어놓은 부끄러움이 묻어있는
옷자락만이 다른 사람의 시린 몸을 감싸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책을 낸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