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자존심인가. 사상 최악의 부진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롯데가
시즌 막판 '불꽃'을 사르고 있다. 롯데는 부산아시안게임 전까지
123경기서 30승92패(1무)를 기록했다. 자칫하면 시즌
최다패(97패·1999년 쌍방울) 경신은 물론, 초유의 100패라는 수모까지
당할 위기였다.

하지만 롯데는 리그가 중단된 아시안게임 기간에 남해 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다시 정신무장을 했다. 국가대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해 '전력 누수'가 없었던 터라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듯 정성을
쏟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4승3패. 한화와
현대에 각각 2연승을 했다. 이전까지 롯데가 2연승 이상을 올린 횟수가
네 번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분전이다.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박정태(33)가 홈런 두 방을 치며 활약했고, 신인
김풍철이 첫 승을 따내는 등 투수진도 힘을 냈다. 덕분에 16일 현재
성적은 34승95패1무. 남은 세 경기를 전부 지지 않는 한 시즌 최다패배는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의 내년 전망이 장밋빛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백인천
감독이 6월에 새로 팀을 맡은 이후 트레이드 등을 통해 주전 선수들을
신인 위주로 물갈이, 선수층이 얇아진 상태다. 가뜩이나
문동환·박지철·김대익 등 간판급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어렵게 시즌을
꾸려온 데다, 차세대 4번타자감이던 이대호마저 남해 훈련 중 왼쪽
무릎을 다쳐 내년 시즌 전망이 밝지 않다. 롯데가 16일 현대와 벌인
더블헤더 2차전에서 실책을 5개 저지르며 상대의 1.5군 선수들에게
0대14로 무기력하게 대패한 것도 수년간 곪아온 선수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백 감독 부임에 맞춰 구단측이 약속했던 전용 훈련장 건립 등
개혁안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롯데로선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한 번 냉담해진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더 힘겨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