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어연극 ‘리틀 드래곤 ’이 끝난 뒤 어린이 관람객들이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a href=mailto:cjkim@chosun.com>/김창종기자 <


커다란 알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속에 든 게 뭐지?
닭인가?(What is in here? Is it a chidken?)" 호주 배우가 알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영어로 말하자 어린이들은 "노!(No!)"라고
소리지르며 까르르 웃는다. "그건 아기 공룡이에요!(It's a little
dragon!)"이라는 영어 대답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배우를 향해 "점프!(Jump!)"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트 어린이 극장(02-540-3859). 호주 연출가 로저
린드씨가 역시 호주 출신 배우 6명을 기용해 만든 영어 연극 '리틀
드래곤(The Little Dragon)' 공연 현장은 객석의 어린이들이 무대 위
배우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즉각 즉각 반응을 보이는 열기로 가득하다.

네살에서 일고여덟살 안팎인 어린 관객들은 배우들이 영어로 부르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간단한 가사는 따라부르기도 한다. 막이
내리고 극에 나왔던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시간에 아이들은 "원(One)
투(Two) 쓰리(Three) 포(Four)!"를 따라하며 신이 난다. 아이들 9명을
데리고 온 영어유치원 교사 김태은(여·32)씨는 "아이들이 영어에 전혀
이질감을 안갖고 공연을 접한다"고 스스로도 놀라와 했다.

지난달 문 연 영어연극 전용 극장 라트 어린이 극장은 최근 몇년 동안
거세게 불어온 영어 열기의 결과를 보여주는 진열창이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막상 외국인 앞에선 입이 안떨어진다는 성인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한국인의 출현. 학습지로, 또 비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영어 공부를 한 아이들, 그리고 어느새 우리 주변에 부쩍
많아진 영어 유치원, 유아 영어학원 아이들이 '생생한 영어 실력'을
드러낸다.

어린이 영어연극 ‘리틀 드래곤 ’에서 주인공 아기 공룡이 숲 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딸 소미(5)를 데리고 온 주부 홍준희(33·서울 송파구 거여동)씨는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아이가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어 했다"며 "배우들 동작을 보면 다 이해가 된다면서
나비(butterfly) 잠자리(dragonfly) 같은 단어를 금방 따라하더라"고
신기해했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극을 채택하는 것은 요즘 국내에서도 많이
시도되는 일. 영어 학원에서 교육 활동의 하나로 아마추어 연극을 하기도
하지만, 극단에서 본격 훈련을 하기도 한다. 어린이 영어극단
'서울'(02-3673-2086)은 7~15세 어린이들을 모아 영어 뮤지컬을 연습한
뒤 1년에 두번씩 공연한다. 1995년 첫 모집땐 6명 밖에 지원을 안했지만
지금은 70명이나 모집하는데도 들어가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한다.

시험삼아 '리틀 드래곤'을 기획했다는 극장 측은 "앞으로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장기 공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