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왼쪽)과 심정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라이언킹' 이승엽(26ㆍ삼성)과 '심장사' 심정수(27ㆍ현대)의 홈런 경쟁이 페넌트레이스 막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심정수가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2개의 대포를 쏘아올려 시즌 44호를 기록하며 이승엽(45개)에 1개차로 바짝 따라 붙은 것. 그것도 경쟁자가 보는 바로 앞에서 두번씩이나 대포를 가동했으니 보는 팬들에겐 흥미 만점이었다. 심정수가 2회에 이어 4회 삼성 전병호로부터 좌중월 120m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터뜨리자, 덕아웃에서 지켜보던 이승엽도 움찔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즌 내내 "홈런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이승엽이지만 경쟁자의 홈런 시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승엽은 지난달 심정수, SK 페르난데스가 무서운 속도로 홈런을 쏟아낼 때도 심정수만을 의식했다. 이승엽은 "페르난데스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홈런 타이틀은 정수형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작금의 사태를 예견했다. 제 아무리 홈런에 일가견이 있는 이승엽이라도 상대의 '몰아붙이기'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뜻.

이승엽은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전서 시즌 45호 홈런으로 2위 그룹과 3개차로 벌리며 홈런왕을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심정수가 하루 아침에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으니 향방은 오리무중. 특히 이승엽은 '드림팀Ⅴ'의 주포로 참가한 아시안게임서 6경기 동안 단 한개의 홈런도 뽑아내지 못했고, 지난 11일 페넌트레이스가 재개된 뒤 3경기째 대포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9월 이후 홈런수는 심정수가 12개, 이승엽은 6개. 이승엽이 8경기, 심정수가 5경기를 남겨 놓고 있지만 누가 더 유리하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몰아치기라면 둘다 일가견이 있는 탓에 결과를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승엽이 꾸준함이라면 심정수는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호쾌한 스윙을 앞세운다. 이승엽이 부채살 타법을 이용하는 '테크니션'이라면 심정수는 임팩트 순간 방망이에 힘을 몰아넣는 '파워맨'이다.

이승엽의 2연패냐, 심정수의 생애 첫 등극이냐. 홈런왕 싸움이 흥미롭다.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