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9시, 이라크 공보성이 현대가 만든 버스 5대를
준비했고, 외국기자 200여명이 올라탔다. 이라크의 대통령선거일(15일)을
앞두고 바그다드로 몰려온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이라크 당국의 주선으로
'취재'에 나섰다. 별도의 일정이 있던 기자들에게는 "안 보면
후회한다"며 반강제적으로 동행을 요청했다. 행선지도 모른 채 간 곳은
바그다드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바르쉬 인근의 한 낡은 공장. 바로
미국이 '핵 시설'로 의심하는 장소였다.
공장 내 'BO1'이라는 대강당에 기자들이 모이자 샤미르 이브라힘
중장이 나서 영어와 아랍어로 설명했다. "우리는 이 공장에서 단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거나 연구한 적이 없다. 그런데 미국이 자꾸 이곳을
공개하라고 해 여러분께 먼저 보여준다. 마음껏 보라." 이라크측 사찰
책임자인 후산 모하메드 아민 장군은 "유엔이 미국에 의해 조종된다고
판단되면 우린 유엔 무기사찰단과의 협력을 중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장의 인력, 연구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 20여개의
건물로 이뤄진 BO1은 통신장비 연구원. 1991년 걸프전 때는 물론 94년과
98년의 대공습 때도 피해를 본 바 없다고 했다. 현재도 한쪽에서는 계속
증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기자들이 잇따라 나서 "그렇다면 군용 레이더를 만드느냐"고
질문을 퍼붓자 이라크 군 관계자들은 예정에 없던 내부 공개에 나섰고,
기자들은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해댔다.
한 사무실에선 차도르를 쓴 여성 연구원이 일하는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컴퓨터는 바탕화면만 깔려 있었다. "지금 연구를 감추는 게
아니냐"는 프랑스 기자의 질문에 20대 초반인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한 시간 반 가량 걸린 견학 이후, 이라크 군 관계자는 "여러분이 이곳에
왔음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알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 외국기자들을 초청한 그들의
목적이었다.
( 바그다드(이라크)=文甲植기자 gsmo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