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소속 15개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 강력한 권한을 지닌 상임 의장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현재 EU의 핵심적인 정책결정·집행 기구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인데 EU의 대외 외교·무역 정책을 결정하고 조약을 맺으며,
유럽 의회에 법안을 제출한다. 불공정 무역에 대한
'세이프가드(safeguard)'도 이곳에서 결정한다. 회원국 간 '평등'을
존중해, 20명의 집행위원(임기 5년)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역내 강국들도 2명을 넘지
못한다. 반면 유럽이사회는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임기 6개월의 의장국을
맡아, 의장이라 할지라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다.
FT는 "슈뢰더 독일 총리가 최근 로마노 프로디(Prodi) 집행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약화시키지 않는 조건하에
유럽이사회 의장이 유럽의 정치적 추진체로서 강력한 힘을 갖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유럽이사회 의장'안은
그동안 영국과 프랑스가 주창했고 스페인과 스웨덴이 지지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등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은 최소한 1명의 집행위원은
확보되는 집행위원회의 권능 강화를 원하며, '강력한 이사회 의장'안에
반대하고 있다.
EU의 사실상 국가원수 격인 유럽이사회 상임 의장직이 신설될 경우,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Aznar) 스페인 총리, 토니 블레어(Blair) 영국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Ahtisaari) 전(前) 핀란드 총리 등이 의장에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에서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아티사리는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미국 내
인지도는 높지 않다. 블레어는 스스로 '강력한 유럽이사회 상임
의장'직을 추진해 왔고 미국과 관계도 좋아 EU·미국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적격이지만, 영국이 아직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다. FT는 "아스나르는 견제와 균형 대상이 될 유럽집행위원회와
관계도 좋고 EU 내 강국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