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르테스는 어린 시절 나치의 아유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었던 비극적
경험을 끊임없이 문학으로 형상화해 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케르테스가
"인간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 지배적인 시대에 한 명의 개인으로
생존하고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 왔다"고 밝혔다. 한
개인이 야만적인 폭력 하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존하고
사고할 수 있는 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975년 발표한, 자전적 성격의 그의 첫 소설 '운명없는
인간들(Fateless)'은 나치 수용소에 끌려간 어린 소년이 주어진 상황을
'긍정'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이후
'좌절'(1988),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1990) 등의
작품에서도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야기를 통해 서구문명의 어두운 역사를
비판하고 있다.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의 화자는 나치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중년의 작가이다. 그는 철학교수인 친구에게 자신이 왜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경험한 이후 왜 아이를 험한 세상에 내보낼 수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한 결혼과 유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결코 서유럽 역사의 바깥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의 인간이 추락할 수 있는 심연이
어디까지인지를 진실인 것이다.
케르테스가 그의 작품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을 긍정하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굴복과는 다르다. 그것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케르테스는 현재 유럽 공산주의의 몰락을 그린 '청산'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 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과거가 청산되고 예기치 못한
자유가 주어진 시점에서 이제는 더이상 이야기할 역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가 공산 치하의 헝가리에서 당한 수모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홀로코스트에 관한 소설은 쓰지
않을 작정"이며 앞으로는 홀로코스트 이후의 세대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르테스에게 홀로코스트이후 세대는 "과거 역사의 무거운 짐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세대"이다
현재 독일 베를린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케르테스는 소설 외에도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 '망명언어' 등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독일에서 한스잘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