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강화군 화도면 문산리.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상방리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 도로는 마을 1㎞ 앞에서 막혀 있었다. 방제복을 입은 군인과
경찰, 군청 직원 등 20여명이 출입을 통제했고, 마을을 빠져나가는
차들에는 소독약을 뿌렸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소속의 방제차(3.5t)도
한 시간마다 소독약 2000ℓ를 가득 채우고 마을과 초소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방역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산리에 설치된 통제선을 피해 논둑길로 들어갔다. 30분쯤 걸어
상방리로 들어가는 동안 조금씩 크게 들렸던 웅웅거리는 잡음의 정체는
상방리로 접어드는 언덕 모퉁이를 돌자 확인됐다.
“꽥 꽥 꾸에엑.”
돼지들의 비명소리였다.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노모(46)씨 양돈축사 옆
고추밭과 산을 파헤쳐 만든 구덩이에 군인들이 돼지들을 밀어넣고 흙을
끼얹는 게 또렷이 보였다.
"날벼락이 아니고 뭐야. 멀쩡한 돼지까지 다 저렇게 구덩이에 파묻으니
사람 잡는 일이지." 구덩이에서 50m쯤 떨어진 채소밭에서 알타리 무우를
캐던 주민 유옥자(여·60)씨는 "포크레인들이 밤새도록 구덩이를 파고
새벽부터 돼지들을 죽여 파묻는 통에 잠을 다 설쳤다"며 "홧병이 나
들어누운 저 집 안주인 속은 오죽하겠냐"며 넋두리를 했다.
이날 오전에 2번이나 축사 소독을 했다는 양돈업자 구모(65)씨는
"돼지콜레라가 더 확산되지 않더라도 한동안 돼지값이 똥값이 될 게
뻔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노씨가 기르던 돼지 1323마리에 대한 살처분작업은 이날 오후 2시쯤
마무리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정밀진단과 이오수(50) 과장은 "지난
4월 돼지콜레라로 홍역을 치렀던 강원도 철원과 달리 차량통행도 적고
부근에 양돈농가도 적어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강화도내 11개소에 방역통제소를 설치하고 노씨의 농장을
중심으로 3㎞ 안쪽에서 사육되는 돼지 9510마리에 대해 이날부터 채혈에
착수, 혈청검사 실시할 예정이다. 인천시 방역관계자는 "돼지콜레라
감염 여부를 모두 판별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30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