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누각(空中樓閣)을 증시에 상장시켰다’ ‘고수익 화훼(花卉)사업이 아니라 금융 사기극이다’.

CNN 등 외신에 사임설이 점쳐지는 양빈(楊斌) 신의주 행정특구 장관. 8일 현재 자신의 기업인 어우야( 亞)농업 마저 지난 4년간 대대적으로 장부를 조작했다는 분식(粉飾)회계 스캔들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스캔들은 그간 상장단계에서부터 아서 앤더슨이 회계감사를 맡아 ‘홍콩판 엔론사건’이라는 조소(嘲笑)마저 받고 있다. 앤더슨은 지난해 파산한 미국 최대 에너지 유통업체 엔론사 회계감사를 맡았다가 부실회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홍콩판 엔론사건’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어우야농업은 그룹 지주회사이고, 선양(瀋陽) 허란춘(荷蘭村) 어우야농업발전공사의 최대주주다. 어우야 농업 몰락은 어우야그룹 전체로 번질 수밖에 없다. 싱다오(星島)일보는 “어우야농업의 대출금융기관들도 채권회수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홍콩의 합동 고사(枯死)작전? =중국 증권당국은 어우야그룹 자료를 홍콩 증권당국에 넘겨줬다. 이로써 그간 어우야농업측 해명자료에만 의존했던 홍콩측이, 불법혐의를 확실히 포착할 수 있게 됐다. 홍콩경제일보는 “어우야측은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있으며, 당분간 주식거래가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콩 언론들은 “증권교역소와 감독위원회가 지난해 7월 어우야농업의 상장을 승인,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꼴”이라면서 “소액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 매출 21배 뻥튀기 =홍콩 증권감독위원회가 제시한 어우야농업 분식회계는 다소 심하다. 홍콩경제일보는 “지난 4년간 총 매출액이 1억위안(150억원)도 안 되는데, 투자자들에게는 21억위안(315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고 뻥튀기했다”고 보도했다. 결산서상 매출은 1998년 763만위안에서 1999년 3억1000만위안 2000년 6억300만위안 2001년 11억위안 등으로 매년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홍콩증권선물감독위원회측은 “실제 매출은 4년을 다 합해도 1억위안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중 이익 10억7300만위안(1600억원)도 믿기 어렵게 됐다.

◆ 분식회계 등 6종죄(宗罪) =홍콩경제일보는 “분식회계 이외에도 5가지 법규를 추가 위반, 6종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매출 부풀리기 외에도 자본금이 실제 투입되지 않았다는 부분도 조사대상. 자본금은 1억6000만달러(1920억원)이지만, 자본금이 투입됐다는 증거가 없어 가공 자본금임이 드러났다는 것. 허란춘 불법 토지용도변경과 경상자산으로 분류된 2억위안(300억원)의 전용, 1433만위안(21억5000만원)의 세금절취 의혹, 허위 및 위조검사문서 작성도 조사대상이다.

◆ 등돌린 주식시장 =어우야농업 주식은 거래정지상태다. 지난달 30일 거래정지된 이후 거래재개 가능성도 당분간 없다. 회사측에서 거래재개에 필요한 해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정지는 양빈 회장이 신의주특구 장관에 임명되던 시기를 전후해 벌써 두 번째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투자자들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적다. 재개될 경우 대량투매가 확실한 상황이다.

실제 주식은 양빈 회장의 신의주 특구 장관 취임 직후 첫 거래에서 27%나 하락했다. 주가는 지난달 27일 또다시 0.45홍콩달러에서 0.38홍콩달러로 또 15%가 하락했다. 8일 현재 주가는 올 1월 2일 연초 시작가격(1.4홍콩달러)에 비하면 72.8%, 올 최고가(2.8홍콩달러)에 비하면 86.4%나 하락한 상태다.

양빈의 장관 퇴임설이 파다한 가운데 마이클 뉴톤 홍콩상하이은행(HSBC) 이코노미스트는 “양빈이 논란이 많은 인물인 데다, 회사측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