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28·정선군청)은 1차 시기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87년 창을
잡은 이래 16년간 쌓아온 경험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시기를
거듭할수록 기록이 좋아지던 것은 예전의 일. 이제는 초반 기록이 승부를
가르고 있었다.
육상 첫날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여자 창던지기 출발선에
선 이영선이 창을 들었다. 손아귀에 알맞게 잡힌 창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감이 좋다. 이영선은 힘차게 달린 뒤 어깨 위로 힘차게 창을
던졌다. 알맞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창이 60m라인 가까운 곳에
박히더니 부르르 떨렸다. 58m87. 지난 5월 자신이 세웠던
한국신기록58m17을 70㎝나 훌쩍 뛰어넘은 새 기록이었다.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아시안게임 2연패가 눈 앞에 어른거렸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이영선에 이어 은메달을 땄던 중국의 리앙 릴리는
출전선수 가운데 최고 기록(59m82)을 갖고 있었다. 리앙 릴리는 19세로
힘이 좋은 선수였다. 중국의30세 노장 하시아오얀도 59m76의 기록을 갖고
있다. 리앙 릴리가 1차 시기에서 58m30을 던졌고, 하시아오얀은 58m29를
던졌다.
이영선은 시기를 거듭할수록 거리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리앙 릴리의 3차
시기. 이영선의 창이 떨어졌던 곳과 비슷한 위치에서 창이 흔들리고
있었다. 58m77로 이영선보다 10㎝ 짧았다.
마지막 6차 시기까지 던진 이영선은 리앙 릴리의 차례를 기다렸다. 리앙
릴리는 창을 던진 후 곧바로 얼굴을 찡그렸다. 이영선의 승리였고,
한국의 육상 첫 금메달이었다.
이영선은 지난 10년간 한국 여자 창던지기의 1인자로 군림하며
한국신기록을 늘 갈아치웠다. 하지만 지난 시드니 올림픽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예선 탈락한 뒤 1년 넘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부산 아시안게임을 마지막 기회로 삼고 훈련에만 몰두했다. 결국
그녀는 대한 육상연맹도 기대하지 않았던 금메달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한편 앞서 열린 육상 남자 20㎞경보에서는 카자흐스탄의 발레리
보리소프가 1시간24분19초의 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육상
여자경보 20㎞에서는 세계정상권인 중국의 왕칭칭(1시간33분40초)과
가오케리안(1시간33분59초)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