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 9월 30일 개각 때
기용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46) 방위청 장관이 자위대의 역할확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일본사회에 파문을 몰고올 조짐이다. 이시바 장관은
입각 이전부터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전쟁시 물적·인적 동원을 편리하게
하는 '유사법제(有事法制)' 도입을 주장해온 자민당의
'논객(論客)'이다. 그의 기용은 고이즈미 정부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다는 시각이다.
◆ 취임 일성이 자위대 역할확대 =이시바 장관은 최근 장관 취임 직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경찰력으로 테러에 제대로 대처 못한다면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테러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이 아닌 자위대가 직접
개입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뜻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자위대의
권한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시바 장관은 또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는
유사(有事)법제와 관련, "야당과 수정협의에 들어가겠다"며 법안
통과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은
본격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 자위대 강화의 논리 제조자 =이시바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자위대가
군대다운 군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경론자들의 '입'이었다.
미국의 9·11테러 이후 '대테러 전쟁'을 위한 자위대의 해외파병
문제와 관련, 국회에서 파병론자들의 대표로 나섰다. "무력분쟁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발상부터 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또
올해 유사법제 법안통과를 놓고 벌어진 국회토론에서도 대표주자로 나서
"자위대는 군대인 이상 그에 적합한 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청은 "국회에서 야당의 질문이 쏟아져도 절대 당황하지 않을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 군사적 팽창 가능성 =이시바 장관이 등용되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총리는 유사법제 법안 통과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북회담 성사 후 말 그대로 '대통령급 총리'가 된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경제개입을 주장하는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을 금융상에 겸임시키는 등 자신의 의중을
최대한으로 반영하는 사람들로 각료명단을 채웠다.
유사법제 법안 통과는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 후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 중
하나다. 엄밀하게 말하면 자민당 구(舊)주류인 하시모토파 출신의 이시바
장관을 등용한 것도, 유사법제 법안 문제에 있어서 그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東京=崔洽특파원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