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배우 중 제1호로 할리우드 대작에 비중있는 배역으로 캐스팅된
박중훈(35)의 진출작이 드디어 뚜껑을 연다. 그가 작년 3월부터 5개월간
파리에서 찍은 대작 스릴러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이
최근 완성돼 오는 16일 미국 LA에서 할리우드 VIP와 세계 각국
취재진에게 첫선 보이는 '붉은 카펫' 시사회를 갖는다. 행사를 위해
10일 출국하는 박중훈이 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양들의
침묵''필라델피아'의 조나단 데미가 연출하는 이 영화에서 박중훈은
극중 비중이 4번째인 전직 미국 특수 첩보 요원 역. 영화 분량의 40%에
얼굴을 보인다. 출연료는 32만5000달러(약 4억원)를 받았다.
-완성된 ‘찰리의 진실’을 봤을텐데 소감이 어떤가요?
"얼마전 미국 현지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테스트 시사회를 갖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어떤 배우가 가장 호감이 가는가'라는 항목에서
제가 1위로 뽑혔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 역할이 용맹스러우면서도 좀
인간적이고 멋있거든요. 사실 그간 동양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보인
이미지란게 '발차기'하지 않으면 '쌍권총'을 뽑는 식이었는데,
'동양 배우도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하는구나'해서 친근하게 느낀것
아닐까요."
-큰 물에서 일해보니 부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죠?
"아휴, 일일이 다 말하기도 힘들죠. 조명 및 카메라 테스트를
대신해주는 '보디 더블',액션 연기 시범을 보여 주는 '스턴트
더블'등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2명의 동양계 더블도 늘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이건 스타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연기 집중하게 만들어
최대의 결과를 철저하게 뽑아내려는 합리적 '배우 활용술'이죠."
-동양인을 차별하지는 않았습니까?
"차별은 없지만 묘한 텃세랄까, 몰이해랄까 그런게 가끔 있어서
힘들었어요. 한번은 제가 달리는 장면을 핸드 헬드 촬영(손에 들고
찍기)했어요. 사실 이런 연기는 제가 무수히 해본건데 할리우드 스탭들은
마치 '네가 핸드 헬드를 알아?"하는 투로 초보적 요령을 시시콜콜
가르쳐줄땐 자존심이 좀 상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어딜 가나 팬들이 몰리는데 외국에선 알아보는 사람조차
많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편안하지 않았어요.
"예,그런 면이 있었죠. 그런데 하도 나를 스타로 알아봐 주지 않자
가끔은 '한국 관광객들이 좀 나타나서 나에게 좀 아는체 좀 해
주셨으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예전에 파리 여행할 땐
그렇게 자주 만나던 한국 관광객들이 이상하게도 영화 찍으면서 파리
시내를 돌아다닐땐 아무도 없었어요(웃음)."
-나중에 영화가 개봉됐을때 특히 한국에서의 반응에 신경 쓰이겠어요.
"비유하면 막 부잣집으로 시집간 느낌이예요. 그러니 친정에서 '잘
살아라'하고 저를 좀 아끼고 지원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로
제가 '소박'맞으면 갈데도 없는 국제미아가 되잖아요."
인터뷰가 끝날무렵 "영화속에서 동양계라던데 이름은 뭘로 불렸나"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는데 가슴 찡한 박중훈의 대답이 돌아왔다.
"일상 리(이일상)였어요. 처음 각본엔 '오사다'였는데 제가 감독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바꿨죠. '일상'은 돌아가신 선친 존함이고 '이'는
이명세 감독님 성이예요. 제 연기 인생의 후원자셨고 할리우드 스크린에
나온 제 얼굴을 보고 세상 누구보다 기뻐하실 분인데 그걸 못 보시고
떠난 아버님께 이 영화를 헌정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