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재정경제위,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4억달러 대북(對北) 비밀지원설과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당장 계좌추적에 착수하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하며 파상 공세를 이어 나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체로 침묵했지만, 일부 의원은 문제의 돈이 대북지원이 아닌, 현대 계열사 지원에 이용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재경위에서 한나라당 이재창(李在昌) 의원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억달러 대출은 장부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고, 내부자 거래에 속하는 등 금융실명제법 4조 1항의 예외조항에 해당돼 계좌추적에 문제가 없다”며 “정부가 왜 스스로 의혹을 키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2000년 6월 대출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대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조직적인 은폐의혹이 짙다”며 이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최돈웅(崔燉雄) 의원은 “은행은 기업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면 기존대출도 갚게 하는 게 관행인데,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종전 흑자에서 거액의 적자로 전환된 2000년에만 5000억원을 신규로 지원했다”며 “다른 정치적 배경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의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6월 7일 대출된 4000억원이란 거액이 불과 1주일 사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외국환으로 환전돼 북한에 지원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문제의 돈은 현대상선이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감사원이 산은에 대한 감사에 착수키로 한 만큼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야당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남북 화해무드를 해치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윤진식(尹鎭植) 재경부 차관은 “대북 비밀지원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이 문제는 금융기관의 업무감독과 관련된 일이므로 금감위 소관사항인 만큼 재경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나, 금융실명제법 검토결과 일반기업에 대한 계좌추적을 할 수 없다는 게 재경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무위에서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공정위의 2000년 4차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4900억원을 조사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허위기재에 해당된다”면서 “관련 법조항에 의해 처벌하고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공정위는 올 7월 새롭게 내부자거래 조사표를 발송하면서 2000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이번 조사표에 현대상선의 4900억원이 포함돼 있느냐”고 묻고는, “만일 이번에도 기재돼 있지 않다면 조직적 은폐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사에선 공시사항 이행 여부를 보고 있다”면서 “(현대상선의 4900억원 당좌대월의 기재 여부는) 파악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정위가 대상 기업에 보낸 공문에는 공시된 내용만 기록하라는 표현이 없고 장·단기 차입금, 거래처, 월말잔액까지 모두 기재하게 돼있다”면서 “빨리 확인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