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백령봉사단 ‘집수리 봉사대 ’회원들이 28일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에 있는 박옥자 할머니 집을 수리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에 사는 박옥자(88) 할머니는 요즘 아담한
방에서 이웃의 정을 듬뿍 느끼며 살고 있다. 18살 된 증손자
김모(춘천직업학교 2년)군과 단 둘이 사는 박 할머니의 집은 현관과
외벽이 비닐로 얼기설기 덮인 초라한 판잣집이었다. 그랬던 것을
강원대학교 교직원들로 구성된 '백령봉사단 집수리봉사대'가 아늑한
보금자리로 바꿔 놓았다.

매월 한차례씩 자비를 들여가며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는 봉사대
18명은 지난달 28일 아침 박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건축조, 미장조,
설비조, 도배조로 나뉜 봉사대는 일하는 속도도 꽤나 빨랐다.
이병오(50·시설관리과), 송인호(46·대외협력과), 이인균(46·도서관)씨
등 건축조와 미장조 12명은 불과 4시간 만에 내실 앞쪽 축사로 쓰이던
곳의 천장과 내실 뒷편의 창고벽을 무늬목 합판으로 보수하고 바닥과
지붕 사이에 기둥도 보강했다. 전기, 목공, 설비 자격증을 가진 대원이
3명이나 끼어있는 덕분이었다. 내실에서는 황석홍(45·정보통신연구소),
허인의(46·대외협력과)씨 등 도배조 4명이 누덕누덕 기워져 있는 벽지와
장판을 뜯어내고 새로 사온 벽지를 재단했다.

점심을 맞춤도시락으로 30분 만에 때운 이들은 오후1시부터는 외벽공사와
창호공사에 전원이 달라붙었다. 저녁 7시쯤 박 할머니가 "이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지만 대원들은 일을 멈추지 않았다.

방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비닐장판을 덮으면서 집수리가 모두
끝난 밤 10시 반, 봉사대원들은 마치 청소를 마친 어린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검사를 받는 자세로 할머니에게 새로 수리된 집
구석구석을 보였다. 세면장과 거실, 다용도실이 새롭게 들어서 있었다.
새로 단 형광등 불에 반사되는 새하얀 벽이 전원주택 같은 청결함을
풍겼다.

할머니의 얼굴에 돌연 눈물이 흘러내렸다. 묵묵히 할머니와 봉사대원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증손자도 "고맙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보답할
게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봉사대의 집수리 출장은 2000년 11월 이후 이번이 8번째다.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의 집을 고쳐주었다. 건축 자재 구입비는
회원들이 매달 1인당 5000원씩 적립해 놓은 것과 학교에서 지급하는
보조비로 충당한다. 박 할머니집 수리에는 130만원이 들었다.

집수리 봉사대는 당초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대학을 만들자는 취지로
교직원들이 결성한 것. 이들은 일회성이 아닌 봉사를 하자는 생각에서
궁리끝에 집수리 봉사로 방향을 정했다.

도배조 허인의씨는 "이 일을 하고부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봉사대장인 노승종(52)씨는 "내 생애에 이 일만큼
내 가슴을 뿌듯하게 만든 건 일찍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