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수해 당시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전체 50가구 중
10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경북 김천시 봉산면 상금리 금화마을.
30일 오전 마을 곳곳에서 재기의 망치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갔고, 굴착기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을 골랐다. 평평한 집터가 마련되자 인부들이 시멘트 기초공사를
위한 나무 거푸집을 쌓아올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지난 수해로 경북 김천시 일대에서는 모두 1923동의 가옥이 전파 또는
반파,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이 중 수리나 재건축이 필요한
전파·반파 가옥은 519동에 이른다. 하지만 공사를 끝낸 가옥은 47개
동에 불과해 10~11월엔 김천시 곳곳에서 주택공사가 계속될 것으로
김천시청측은 내다봤다.
주민 이우석(李愚石·55)씨는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인부들과 함께
'내집짓기'에 나섰다. 20여평의 보금자리가 흙탕물에 쓸려내려가고
3000여평 포도밭의 절반이 산사태에 묻혀버리는 불행을 당한 이씨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쓸려 나간 포도밭만
바라보면 한숨만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온가족이 컨테이너 주택에서 추석 차례를 지낸 다음부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이씨는 "겨울이 오기 전에 식구들이 들어가 살 집부터
마련해야 재기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건설업체 4곳에서 트럭·굴착기 등 중장비와
인부 20여명을 불러들여 주택 4곳의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나머지 유실
주택 6곳도 이번주 중 신축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앉아서 울고만 있으면 뭐합니까? 하루 빨리 주택공사를 끝내고 농경지
복구에도 나서야죠."
모래와 자갈로 뒤덮여버린 옛 집터에서 철근을 나르던 주민
유제승(柳齊勝·46)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유씨 집 공사를 맡은 인부 김영철(金永哲·39)씨는 "수해민들이 너무
열심히 일해 우리까지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수해 때 대피를 하던 중 넘어져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진 주민
권영오(權永五·45)씨도 복대를 두르고 공사현장에 나타났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이지만 권씨는 어금니를 꽉 다문 채 인부들과 함께
나무판자를 날랐다. 옆구리 통증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한 해
수입보다 더 많은 3000만원의 빚을 진 것이었다.
특별위로금 500만원과 복구비 3240만원 등 최고 3740만원이 지급됐지만
2000만원 가량은 정부 빚(연리 3%, 5년 거치 15년 상환)을 얻게 됐다.
여기에 비에 쓸려간 가재도구 구입비로 1000만원은 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권씨는 푸념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