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계(美人計)는 병법 36계 중 장수가 진 거나 다름없이 불리한
상황에서 쓰는 전술에 속한다. 미녀를 이용하는 미인계가 제31계이고,
그 뒤로 성(城)을 비워놓고 위장하는 공성계(空城計), 적의 스파이를
역이용하는 반간계(反間計), 제 몸을 괴롭혀 적을 속이는
고육지계(苦肉之計), 복합 계략을 쓰는 연환계(連環計), 이길 공산이
제로일 때 줄행랑을 놓는 주위상책(走爲上策)이 있다. 이것이 마지막
제36계다.

미인계의 역사는 오래됐다. 주(周)나라 문왕은 주왕을 무력화하기
위해 달기를 보냈고, 오월(吳越)의 싸움에는 미녀 서시가 나온다.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미인계를 써서 부하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진(秦)나라 목공은 이민족 융(戎) 왕에게 무희 16명을 보내 그를
주지육림에 빠뜨린다. 삼국지에서 여포가 동탁을 죽이는 것은
왕윤이 보낸 초선의 이간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한비자에도
진(晋)나라 헌공의 미인계가 나온다.

현대사의 미인계 전술도 결코 선대(先代)에 뒤지지 않는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독일 여간첩 마타하리는 너무 유명하고, 2차대전 종전 직후
일본 영화배우 하라 세쓰코도 맥아더 사령부의 고급장성들에게 미모로
접근했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맛을 들인 고종이 환궁하자
러시아측은 요리와 미모가 뛰어난 독일 여인 손탁에게 커피 시중과
수발을 맡긴다. 광복 후 남로당은 김수임을 주한미군 헌병사령관의
현지처로 들여보냈다.

21세기에는 컴퓨터 바이러스도 미인계를 쓴다. 작년 봄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의 사진이 바이러스를 내장한 채 번진 적이 있다. 이
'쿠르니코바 바이러스'는 그녀의 사진이 들어 있다는 첨부파일을
'여는' 순간 컴퓨터 데이터를 파괴했다. 마치 제우스가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판도라'라는 미인계를 쓴 것과
흡사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이미 "때는 늦으리"가 되고 말았다.

북한응원단 293명의 빼어난 미모가 연일 화제다. 대부분 20대
여성예술인과 여대생들이라 한다. 어떤 '얼굴 전문가'는 "턱이 큰
북방계 미인의 시대는 끝났고, 좁은 얼굴의 남방계형 미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시 남남북녀!"라는 말도 새삼 회자되고
있고, "성형을 모르는 순수미"라는 칭찬도 자자하다. 다만 왜 남자는
없이 모두 여성들만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우처럼 활짝 웃는 얼굴
사이로 인공기를 흔드는 모습에 도취될 수도 있겠다 싶다. '아름다운
것은 선(善)한 것'이라고 홀리게 될 때 '미인계'는 적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