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왕

(미셸 몽물리넥스 글/크리스티앙 앵크리 그림/이은진 옮김/
계림북스쿨/6500원)


'연어의 왕'은 환경동화이다. 인간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
동화의 당연한 메시지이다. 그럼에도 이 동화에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훼손하고 있으며, 그런 행동의 결과는 무엇이고,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 등, 환경을 주제로 한 동화나
글들이 던지는 실질적 정보나 액션플랜이 없다. 대신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세상을 관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년 시몽은 자기 방의 벽 색깔이 계집애 방처럼
분홍색인 게 영 맘에 안든다. 시몽은 다른 방으로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방에 갇히고 만다. 그날 밤 시몽은 연어가 되고, 방은 집 앞을
흐르는 강으로 바뀐다. 동화 속 내용은 시몽이 변신 이후 겪게 되는
고난과 모험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시몽은 물고기들로부터 "강에 댐이 건설된 이후 연어의 회귀율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과, 이번에는 수컷 베카르와 암컷 살라르 만이 회귀했지만
불행히도 어제 낮 아버지와 형의 낚시에 베카르가 걸려 죽는 바람에 이제
연어없는 강이 될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듣는다.

동화가 시몽을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방식은 안이해 보인다. '잠을 자고
꿈 속에서 모험을 하고 깨어보니 현실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꿈 속에서
입은 상처가 얼굴에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정말로 모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식이다.

하지만 꿈 속에서 연어의 눈으로 시몽이 묘사하는 자연의 위기와 인간의
행패에 대한 경고는 생생하고 진지하다. 낚시로 시몽을 잡은 인간의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간신히 탈출한 시몽이 바다의 연어들을 불러 오기
위해 가는 길에 만난 댐은 '쓰러져 죽은 커다란 짐승의 휘어진 등'처럼
보인다. 댐을 지나는 강물은 발전소 수문 사이로 '목이 꼭 조여
허겁지겁 빠져나가고', 공장 폐수는 강물의 냄새를 지워버려 바다의
연어들이 태어난 강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한다. 아침이 되자 시몽은
잠에서 깨어난다. 밖에서 잠겼던 문이 열리고 아버지는 시몽을 강제로
분홍색 방에 재운 것에 대해 사과한다.

작가 몽물리넥스는 시몽의 잠긴 방 문에서 인간과 자연의 끊어져버린
소통을 상징하고 있다. 인간세계로 나 있는 문이 잠긴 후에야 시몽이
비로소 자연계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양자는 화해불능 상태이다. 시몽이
바다의 연어들을 강으로 인도한 뒤 잠에서 깨어나 인간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방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사과한 것은 결국 인간이 먼저 문을
열고 자연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