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볕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을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르다. 가을은 오솔길을 걸으며 가슴 속 깊이 맑은 공기를
불어넣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초가을의 땀냄새를 삼림욕으로 씻어보자.
삼림욕에는 자연휴양림이 좋다.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휴양림 장소로는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을 권할 만 하다. 50년 이상 된 잣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광화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에서는 구리를 지나
46번 경춘 국도를 타고 가다가 마석 삼거리에서 좌회전, 362번
지방도로를 조금 달리면 축령산 자연휴양림 입구팻말이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휴양림 관리소까지의 좁은 길은 표지판이 부실하고 도로
확장 공사 등으로 산만하다. 청량리 역에서 30번 또는 330번 버스를
이용해도 휴양림 입구까지 간다.
삼림욕을 하기에는 휴양림 가운데로 난 삼림욕장 겸 산책로가 좋다.
체력단련시설, 자연학습장 등이 산책로를 따라 마련돼 있다. 비스듬히
드러누워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의자도 마련돼 있다. 공기가 잘 통하는
간편한 옷차림이 삼림욕에는 좋다. 숲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는 살균,
소독작용과 함께 인체의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되도록 맨살로 접해야 좋기 때문이다.
등산을 하고 싶은 '앙코르'들은 휴양림 관리소를 지나 축령산
정상-갈대밭-주차장을 돌아오는 코스와, 주차장-화채봉-철쭉동산-서리산
정상-주차장의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휴양림 속에 파묻힌 통나무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주말을 보낼 수도 있다. 4~18평 규모 통나무집
20여 동과 야영용 텐트 데크가 산기슭을 따라 마련돼 있다.
이용료는 입장료 1000원(어른 1일 기준), 통나무집 3만~10만원, 야영비
4000원, 주차료 3000원(승용차 기준) 등이다. 주말엔 예약을 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지금 당장 축령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031-592-0681)로 전화해도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났을 지도
모른다.
축령산 주변에는 휴양림 외에도 놀거리가 많다. 휴양림에서 약 7㎞
떨어진 수동국민관광지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이다. 이곳
외에도 계곡을 따라 물놀이를 할 곳이 여럿 있다.
수동국민관광지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난데없이 양가죽으로
만든 몽골의 전통 주거용 텐트인 '겔'의 둥그런 지붕이 여럿 보인다.
남양주시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의 민간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 건설한 몽골문화촌(031-592-0088)이다. 70여평 규모의 전시장용
겔에는 전통의상, 가죽물통, 주전자, 화덕, 민속놀이기구, 장신구 등이
전시돼 있다. 통역 및 안내를 맡고 있는 경대수씨는 "이곳 샤만(무당)의
의상을 보고, 몽골 국립박물관장이 '몽골에서도 보기 힘든 국보급'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몽골문화촌 내 식당에서는 각종 몽골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유와 함께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해 마시는 '수테차(茶·2000원)',
'초이왕(국수·5000원), 몽골식 군만두(7000원), 양고기(6000원) 등을
내놓는데, 식탐과 호기심이 강한 앙코르들에게 권하고 싶다. 몸에 좋은
나귀고기도 곧 다양한 형태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1000원이며,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 휴관. 몽골의 노래와 곡예 등을 보여주는 민속공연이
화요일~금요일 오후 2시30분~3시30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
11시30분~12시30분과 오후 2시30분~3시30분 2차례 있다. 관객이 적다
싶으면 취소되기도 하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축령산이라는 이름은 사냥을 허탕친 조선 태조 이성계가 산신에게 제를
지낸 후에야 비로소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으며, '고사를
올린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축령산 주변에는
멧돼지를 내놓는 음식점이 많이 보인다.
물 맑기로 유명한 와부읍 덕소리 석실마을에 있는 계명주
제조원(031-592-0460, 5972)에서는 맛있는 멧돼지 고기와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민속주 '계명주'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 기능보유자인 주인 아주머니가 식당 옆
술도가에서 빚는 계명주는 시큼달큼 하면서도 식혜처럼 톡 쏘는 뒷맛이
그만이다. 은근히 취하는가 싶더니 식당을 나설 무렵 신기하게도 술이 다
깼다. 강원도에서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키운 멧돼지고기는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육질이 퍽퍽하지 않았고, 비계가 쫀득쫀득 씹히면서
고소한 맛이 배어 나와 별미였다. 1인분에 1만원인 멧돼지고기를
주문하면 충분히 마실 만큼의 계명주가 공짜로 따라붙는다. 계명주는
병당 2000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옛 판자집을 개조한 수산촌(031-591-6872)에서는 드럼통에 숯을 넣어
구워 먹는 쫄깃한 제주산 통돼지와 솔잎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축령골타운(031-591-0102)에서는 진흙 가마에서 14시간 이상 참나무
장작불로 구운 통돼지 바베큐가 먹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