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4900억원에 달하는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은 현
정권의 도덕성과 존립 근거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엄청난 의혹 제기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도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는 납득하기 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거론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나는 잘 모른다",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는 식의
책임회피성 말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국기(國基)와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의혹의 실체적 규명을 위해선 우선 2000년 8월 무렵에 열린
'청와대 회의'의 성격과 논의 내용을 밝혀야 한다. 이는 대북
비밀송금이 정권적 차원에서 모의하고 집행한 사안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이다. 또 대북 송금 의혹을 최초로 공식 확인해준 엄낙용 전
산은총재가 왜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을 만났는지, 그리고 김 차장이
"걱정말라"고 말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등이 규명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현대가 금강산 사업에 쏟아부은 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해명되어야 한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관광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근거로 현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금강산
사업에 실제 들어간 돈은 1조원이 넘는다며, 그 차액이 4100억여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비밀 송금액과 비슷한 규모의 돈이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여신협의회라는 거액 대출에 필요한 절차도 생략한 채
현대상선에 5000억 가까운 거액을 대출한 배경도 밝혀야 한다. 현대 대북
사업의 총체적인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의혹을 풀기 위해선 남북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 집권세력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